[경영상식] 창조적 사고 가로막는 아슬란 현상(Aslan Phenomenon)

등록날짜 [ 2019-01-22 03:09:47 ]

‘아슬란 현상’이란 한때 만들어 놓은 특정한 규칙이 있는데,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달라져 그 규칙을 지킬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예전에 지켜왔기에 지속해서 규칙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출신 기업컨설턴트인 ‘로저 본 외흐’는 그의 저서 『꽉 막힌 한쪽 머리를 후려쳐라』에서 자신이 명명한 ‘아슬란 현상’을 설명한다. 저자는 조깅 코스에서 만난 ‘아슬란’이란 이름의 개와 노는 것이 즐거워 매일 같은 길로 달렸는데, 얼마 후 개 주인이 이사해서 아슬란이 더는 없는 데도 쓸모없어진 규칙을 따라 그 길을 달렸다며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한번 굳어지면 바꾸기 어렵다
‘Q-W-E-R-T-Y’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배열이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직장인이라면 자주 보았을 것이다. 바로 컴퓨터 키보드의 맨 윗줄에 있는 영문 철자들이다. 이것을 ‘쿼티(QWERTY) 배열’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가 흥미롭다.


1870년대 당시 타자기 생산의 선두 기업인 ‘숄즈 사(社)’는 타자기를 빨리 치면 자판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비자 불만을 자주 들었다. 기술자들은 불만 사항을 해결하려고 토론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수용한다.


“타자를 빨리 칠 수 없게 만들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자판들이 지금처럼 자주 엉키지 않을 겁니다.”


그 결과 ‘쿼티(QWERTY) 배열’로 된 키보드가 탄생했다. 쿼티 배열은 타자를 할 때 무척 비효율적이다. 영문에서 알파벳 ‘O’는 3번째로, ‘I’는 6번째로 자주 쓰이는 철자들이지만, 기술자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손가락을 쓰는 자리에 이 철자들을 배치한 것이다. 이 ‘비효율적 논리’가 키보드 전체에 적용되었고, 역설적으로 당시 자판이 엉키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키보드와 자판프로그램은 놀랄 만큼 진보했다. 지금은 아무리 타자를 빨리 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자판과 워드프로세서가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더 빨리 칠 수 있는 철자 배열이 있는데도 아직 ‘쿼티 배열’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효율적이지 못한 규칙이 그 규칙을 만든 원래의 목적과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규칙으로 존재해 사람들을 제한하고 있다.


한 가지 규칙이 자리를 잡으면, 그 규칙을 만든 최초의 이유가 사라지더라도 없애기 어렵다. 창조적 사고를 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필요하다.



/김만호 집사
29남전도회 / 경영학 박사



위 글은 교회신문 <60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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