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상식] 가장 많은 생명을 살린 연구

등록날짜 [ 2021-09-14 17:15:04 ]

무더위를 기쁘게 보내주면서 선선한 가을바람을 만끽하는 요즘이다. 올여름에도 많은 이가 에어컨 덕을 봤다. 아마도 ‘여름 한정’ 최고의 과학자는 미국의 공학자이자, 최초의 에어컨 발명가인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이지 않을까. 117년 전 에어컨을 발명해 전 세계에 혁신과 변화를 몰고 왔고,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에어컨 브랜드도 ‘윌리스 캐리어’ 이름에서 따왔다.


11억 살린 ABO식 혈액형 연구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살린 과학자는 누구일까. 많은 이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라고 인정한다. 카를 란트슈타이너는 사람의 혈액군(血液群)에 관한 연구를 1900년에 시작해 ABO식 혈액형을 발견, 수혈법을 확립했다. ABO식 혈액형은 11억 명에 가까운 인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목숨을 살린 연구라고 평가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안전한 수혈이 시작된 것은 불과 100년도 안 되었다. 20세기 초만 해도 수혈은 ‘복불복 게임’처럼 위험천만했다. 의사들은 과다출혈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피나 소, 염소 등의 피를 수혈하기도 했는데, 혈액을 적절하게 수혈받아 살아남은 이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 고통 속에 죽어 갔다. 


혈액형이라는 개념이 없어 수혈이 되던 시기, 카를 란트슈타이너는 사람들의 혈액을 연구했고, 두 종류의 혈청을 더하면 적혈구가 뭉쳐 덩어리를 이루는 응집 현상을 발견했다. 혈액의 종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를 근거 삼아 각각의 혈액 특징을 수집해 혈액형을 A형, B형, C형으로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훗날 C형은 O형으로 이름을 바꿨고, 카를 란트슈타이너의 동료들이 AB형까지 찾아내면서 안전한 수혈을 할 수 있게 됐다. 카를 란트슈타이너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이후에도 연구를 지속해 1940년에 Rh-형 혈액까지 발견했다.


천연두 종식 연구 뒤를 이어

카를 란트슈타이너 다음으로 인류의 생명을 많이 구한 과학자와 연구 성과는 다음과 같다.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의 천연두 백신 - 5억 3000만 명 ▲수확이 잘되고 병충해에 강한 밀을 개발한 노먼 볼로그(Norman Ernest Borlaug)의 녹색혁명 - 2억 5000만 명 ▲존 프랭클린 앤더스(John Franklin Enders)의 소아마비·홍역 백신 - 1억 2000만 명 ▲알렉산더 플래밍(Alexander Fleming)의 페니실린  - 8200만 명.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법’ 치료는 단일 질병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지워 버렸고, 제너는 자신이 개발한 ‘우두법’을 특허 없이 무상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환자들이 혈액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위급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연세중앙교회에서는 오는 10월 9일(토) 제3회 생명 나눔 헌혈 캠페인을 진행한다. 많은 연세가족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당부를 실천하기를 소망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71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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