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아 원인을 소개한 보고서

등록날짜 [ 2015-03-30 13:21:48 ]


장 지글러 著 / 갈라파고스

아직도 세계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기아로 고통을 받고 있다
.


2005년 유엔식량농업기구 통계에 따르면 85000만여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3분에 1명꼴로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이 상실되며, 5초에 1명씩 10세 미만인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 간다.

현재 지구의 식량 생산량은 120억 명을 부양할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 두 배가량을 먹일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는데도 왜 세계 곳곳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생기는 것일까?

기아가 발생하는 원인을 단지 사람이 게으르거나 지혜와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상황과 이러한 상황을 야기하는 구조적 원인을 소개한다.

저자인 장 지글러는 1943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스위스 제네바 대학과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다. 전 세계 기아 현장을 직접 발로 뛴 저자는 기아 문제에 관해 뛰어난 연구자이다.

기아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세계 경제 질서이다. 그 질서 안에는 세계화가 있다. 세계화를 움직이는 동력은 자본이다. 자본의 목적은 이윤이다. 이윤을 추구함에는 윤리, 도덕은 중요하지 않다.

세네갈은 농업 국가로 주로 땅콩을 재배한다. 하지만 국민이 먹는 주식은 쌀이다. 그들이 주식인 쌀을 경작하지 않고 땅콩을 생산하는 이유는 식민지 경제 유산 때문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가 땅콩만 키우도록 했다. 그 당시 식민국은 식민지별로 특정한 작물을 재배하게 했는데,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에 커피를 생산하게 한 것도 같은 예다. 세네갈은 독립한 지금도 땅콩을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고 그 돈으로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한다.

여기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세네갈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수입 독점권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은 자기 나라에서 쌀을 생산하는 바를 원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일부 선진국은 과잉 생산되는 식량을 바다 한가운데에 버리는 방법으로 전량 폐기하고 있다. 이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막아 자국 농민들의 이익을 보존해 주기 위해서다. 또 일부 기업은 이익을 위해 주가를 조작해 세계 곡물 가격을 높이기도 한다. 이러한 작태로 세네갈처럼 식량을 수입하는 나라는 상당한 기근과 고통을 받는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이유로 세네갈은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아와 궁핍을 다룬 보고서일 뿐 아니라 기아를 야기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기아에 관심이 없더라도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다.

/글 정욱규

위 글은 교회신문 <428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