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 주민 인권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등록날짜 [ 2018-12-20 20:45:44 ]

미국, 북한  ‘종교자유 우려국’ 17년째 재지정

북한 2인자 최룡해는 ‘인권 유린’ 관련 제재

유엔 제3인권위는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

전방위적 압박 불구 정작 대한민국에선 침묵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되고 2차 미·북 정상회담 역시 날짜도 안 잡히며 안갯속인 가운데 미국이 지난 11일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했다. 17년째다. 앞서 10일에는 미 재무부가 북한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등 3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심각한 인권 유린이 그 이유다. 김정은은 이미 2016년 7월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지난해 1월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인권의 칼끝이 점점 더 날카롭게 김정은의 목을 향해 조여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2004년 최초로 북한 인권법을 제정한 이후 3차례에 걸쳐 재승인하고 효력을 2022년까지 연장했다. 또 2016년 2월에는 대북제재강화법을 제정하고 앞서 언급한 대로 김정은을 비롯해 북한의 최고 권력층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 지난해 6월 웜비어 사망 이후에는 북한에 대해 여행 봉쇄령도 내렸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018년도 국정연설에서 탈북민 지성호 씨를 소개하며 북한 정권의 잔혹한 인권유린을 비판한 바 있다. 이뿐 아니다. 미 공화당은 이미 지난 2016년 7월 전당대회에서 북한을 ‘김 씨 일가의 노예국가’로 규정하는 정강을 채택했다. 


민주당도 김정은 체제를 “지구상에서 가장 가학적 독재자가 통치하는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가 아닌 힐러리가 대통령이 됐더라면 대북 인권에 관한 한 압박 강도는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인권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인권에 관한 한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더 원칙적이고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달 15일 유엔 제3위원회는 14년째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켜 북한의 인권 유린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즉각적인 중단과 개선을 촉구했다. 인권 분야 대북 압박은 흔히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은 김정은이 자초한 것이다. 아버지가 후견인으로 지목해 준 고모부를 비행기 격추시키는 고사총으로 잔인하게 쏴 죽이고 남은 시신 조각을 화염방사기로 불태운 일은 국제사회를 경악시켰다. 또 이복형을 다른 나라 국제공항에서 독극물로 암살한 사실은 김정은 정권이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폭압정권이라는 점을 스스로 부각시켰다. 이 두 사건은 김정은 정권이 존재하는 한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닐 것이다. 또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에 대한 탄압도 교활해졌다. 김정일 때보다 국경 경비를 강화해 탈북자를 단속하고 북한의 가족들을 협박해 탈북자를 북으로 유인납치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 수는 크게 줄었다. 


과거 구소련에서나 운영되던 정치범 수용소가 북한에는 지금도 여러 곳 존재하며 8만 명에서 12만 명이 수감돼 있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수감자들은 강제 낙태와 강간, 살인, 폭행 등에 시달리며 짐승이 아닌,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특히 미국 대학생 웜비어를 잔인하게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은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실수였다. 미국 여론을 악화시켰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은 자국민의 희생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기 때문이다. 


 인권 압박은 비핵화 압박과 함께 김정은을 더욱 궁지로 몰 것이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 의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탄압 실태를 국제사회에 고발해 오고 있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해 인권상을 수상한 뒤 수상 소감에서 “김정은 체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이 아니라 한국으로 쏠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과 의식 변화”라고 했다. 태영호 공사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북한에게 인권 문제는 핵문제와 달리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핵문제는 미국의 압살정책에 대응한 자위수단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인권 문제는 마땅한 대응 논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인권재판에 회부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이 국제형사재판소는 모르더라도 재판에 회부되는 사람은 범죄자라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알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한다고 태 공사는 말했다. ‘최고존엄’이 재판에 회부된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대북 인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북한 인권 재단은 몇 년째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남한 내부의 난민이나 소수자 인권에 대한 목소리는 크지만 북한 주민 인권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역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질수록 북한 인권은 더 꺼내기 거북한 주제가 되어 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를 외면할 것인가?


위 글은 교회신문 <604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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