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나의 삶과 시간의 최우선 순위

등록날짜 [ 2019-03-20 16:22:29 ]

하버드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결과
화면에 고릴라가 나타났다 사라졌는데
다른 것에 정신 팔려 절반 이상이 못 봐


세상일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시대라도
예배와 영적생활 방해하는 온갖 잡념과
세속적인 것에 마음 빼앗기지 말아야


물질문명의 발달로 무한한 지식과 정보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알고 익혀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 세상이다. 또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바깥에 나가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주변의 온갖 광고와 잡음에 둘러싸여 형형색색의 정보를 보고 듣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주의 산만으로 현대인은 잠시도 편안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밀려드는 모든 정보와 일에 대해 한꺼번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 인간의 두뇌 용량은 이를 다 받아들일 수 없고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다중 작업)에 특화되어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여러 상황에서 어떤 일들을 동시 에 처리하려다가는 주의 산만으로 낭패를 보거나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면, 도로를 횡단하거나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은 주의력을 빼앗겨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성이 평소보다 높다. 또 운전 중에 휴대폰으로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입력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도 높아진다. 한국뇌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인간 뇌의 정보처리 시스템은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할 수 있는 ‘원 소스, 원 아웃(one source, one out)’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보행 중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이어폰을 착용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이는 보행 중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보거나 문자를 입력하는 행위가 아예 ‘눈 감고 걷기’와 다를 바 없다고 경고한다. 즉, 눈을 뜨고 있지만 못 보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1999년 하버드대학 인지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가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실험을 통해 ‘부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에 관한 내용을 밝혔다. 두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짧은 동영상 한 편을 보여 주었다. 동영상에는 까만 옷을 입은 선수 세 명과 노란 옷을 입은 선수 세 명이 서로 농구공을 주고받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을 본 실험 참가자들에게 노란 옷 선수들이 공을 몇 번이나 주고받았는지 세어 보라고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대부분 15회라고 했다.


하지만 실험의 진짜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사실 영상 속에서는 노란 옷 선수들과 까만 옷 선수들이 서로 패스하는 사이 ‘고릴라’(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가 화면 오른쪽에서 나타나 선수들 틈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심지어 화면 가운데에서 가슴을 두드리고는 서서히 왼쪽으로 걸어가 사라진다. 영상이 멈춘 뒤 실험 참가자들에게 고릴라를 봤는지 물었더니 절반 이상이 고릴라를 못 봤다고 했다. 패스 횟수를 확인하라는 과제가 없었다면 모두 고릴라를 봤을 것이다. 노란 옷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는 횟수만 의식하다 정작 화면 속을 지나가면서 가슴을 두드리는 고릴라는 보지 못한 것이다. 이후 두 교수는 같은 실험을 전 세계적으로 시행했는데, 매번 참가자 과반수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에서 보듯, 관심이 없어 주목하지 않으면 눈에 빤히 보이는 것도 놓치지만, 관심을 가지면 그것뿐 아니라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크리스천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머릿속이 복잡해 예배드릴 때 잡념이 끼어들어 설교 말씀과 찬양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기도하거나 성경 읽을 때도 주의력이 산만해져 주님과 영적으로 교감하는 데 지장을 받을 때가 자주 있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SNS 알림은 물론, 온갖 정보와 뉴스에 포위돼 있는 환경을 고려하면 부지불식간에 한눈을 팔 수밖에 없어 제대로 보아야 할 것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주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하고 주님과 맺은 영적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크리스천의 삶과 역할은 사실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요컨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 여건에서도 예배와 영적생활을 방해하는 잡념과 세속적인 것들에 마음을 뺏기지 않게 내 생각을 단단히 붙들어매야 한다. 마음을 늘 감찰하시는 하나님께서 좌정하실 자리를 만들어 드릴 수 있도록 나의 삶과 시간의 최우선 순위를 주님께 두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616호> 기사입니다.


문심명 집사
국회사무처 근무
29남전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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