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낙인

등록날짜 [ 2019-05-08 09:23:06 ]

잇단 조현병 살인 사회적 단절이 공통점
무조건 감금과 강제치료는 해결책 아냐
재발 막으려면 이야기 들어줄 이웃 필요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영적 경건함 절실


최근 일부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강력 사건 때문에 조현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월 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 증상을 앓던 남자가 불을 지르고 피신하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 뒤로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해 충격을 줬다. 5월 1일 부산에서는 또 다른 조현병 환자가 자신을 오랫동안 돌보던 친누나를 끔찍하게 살해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갑자기 빈도수가 높아지다 보니 온 사회가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사건의 공통점은 환자들이 사회와 단절되어 혼자 지내면서 키워 온 극단적인 망상 때문에 엉뚱하게 이웃이나 가족이 박해자로 몰리면서 영문도 모르고 희생된 비극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우리 주변에 있는 정신질환자에 의해 희생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모든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일으킬 것처럼 두려워하고 이들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자칫 사회적 약자에게 억압을 줄 수 있고, 정신질환자에게 강경 일변으로 대응해 인권을 침해할까 걱정된다. 정신장애인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은 필요하지만, 무조건 이들을 제3자의 판단에 따라 감금하고 강제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정신장애는 인류 역사 초기부터 있었고 그 층위도 다양하며, 치료 방법도 시대마다 달랐다. 예전에 정신분열증이라고 부르던 조현병은 그중에서도 정도가 심하다.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는데 일반적 증상은 극심한 사고장애, 지각장애, 환청, 환시 등이다. 조현병 환자들은 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되어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고 망상에 사로잡혀 주변에 극단적인 행동을 할 위험도 있다. 성경에 나오는 귀신 들린 사람이 전형적인 조현병 환자이다.

조현병은 횡설수설하고 비논리적이어서 쉽게 구별되는데 이보다는 약하지만 편집증도 특정한 망상이나 믿음에 휘둘리는 정신병의 일종이다. 과대망상, 질투망상, 피해망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 편집증을 앓는 이들은 외관상 멀쩡하고 사회생활도 잘하지만, 증상과 관련된 망상에서는 비현실적인 판단이나 감정에 휘둘리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처증 같은 것이 단적인 예다. 조현병이나 편집증은 대략 인구의 1%가 걸린다고 한다. 정신장애 치료법으로 무조건적인 격리보다는 다양한 사회적 지원과 치료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고, 가족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신병은 그대로 두면 증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통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중증 정신장애는 아니지만 우울증, 불안장애, 정서장애, 강박증 같은 정신장애는 전 연령대에서 늘고 있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한국 사람이 정신장애에 편견을 갖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을 지나치게 나누고 심약한 사람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정신장애를 앓는다는 억견을 주장한다. 우울증이나 강박장애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다. 신체 질병이나 정신적 장애는 영적으로 보면 궁극적으로 죄나 마귀역사와 관계가 있지만, 그 양상도 다양하고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덮어놓고 일반화해서 단죄하는 것은 위험하다. 생리적 변화, 혹은 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위기나 좌절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우울증 같은 정신장애에 빠질 수 있고, 공황장애 같은 급격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정신장애를 잘 이해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영적 경건함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성경에서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623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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