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믿음으로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자

등록날짜 [ 2020-05-02 11:34:25 ]

단절된 일상에서 오는 답답함과 불안감

예전처럼 일상 되찾기는 당장 힘들겠지만

조건이나 장애물 보지 말고 담대함과

믿음을 가지고 심리적 방역으로 극복해야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로 100일이 훌쩍 지났다.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정부는 3월 22일부터 종교·유흥·실내체육시설에 운영을 제한하고, 모임이나 나들이를 삼가라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정책을 시작했고, 4월이면 끝날 것 같던 거리 두기가 계속 유지되자 사람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지만 긴장을 풀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정부 시책보다 한결 강도 높은 ‘16단계 출입방역수칙’을 시행하면서 노약자나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자가격리해서 가정에서 예배드리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모습을 바꿔 놓았다. 해외여행과 교류가 중단되었을 뿐 아니라 벚꽃놀이, 축제, 각종 공연이 취소되고 회식자리도 피하고 있다. 초중고와 대학은 수업과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재택 근무와 재택 수업이 일상화하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갑자기 닥쳐온 불편한 변화에 몸을 맞추며 다들 조금만 참으면 코로나19도 잡히고 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블루(Corona bleus)’라는 신조어가 회자(膾炙)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한, 집단화된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만연 현상을 말하는데 꽤 많은 사람이 이를 호소하고 있다. 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수가 이런 상황에서 심리적 고통을 느끼고 불안감도 만성적이 된다. 사람은 의식주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활력을 얻고, 존재감도 느끼는데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위축시키고 행동을 제약하면서 당연하게 누리던 모든 것이 박탈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렵고 불길하지만 그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고 대응하기 힘들 때 혹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때 사람들은 불안을 느낀다. 고강도 트라우마는 아니지만 지금의 사태를 무력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코로나 트라우마’라고 진단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도 있다. 트라우마나 우울증이 특정한 생리적 요인이나 어떤 상황 때문에 소수에게 생기는 병리 현상이라면 코로나 블루는 불특정 다수 모두에게 안개처럼 스며들고 피하기도 힘든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긴 병에 장사 없다’고, 낙천적이고, 멘탈이 강한 사람들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평온하게 삶의 리듬을 지키고 활기차게 살기는 힘들다. 정도는 다르지만 누구나 불안, 스트레스, 무기력, 분노, 슬픔 등을 조금씩은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 자체에 매몰되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우울증과 트라우마의 공통점이다.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려면 그것에서 나와야 한다. 주어진 조건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상황을 해석하면서 대처하는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자 실존성이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어떤 현실적 제약이나 조건에 대해 피할 수 없지만 제대로 인식한다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그것이 인간의 자유 개념을 가능하게 한다고 얘기했다. 자연에 구속되는 것은 동물과 똑같지만 인간은 그것을 늘 또 다른 변화와 가능성의 조건으로 바꾸었고, 그런 식으로 역사를 만들어 왔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과 소망도 그런 태도다. 출애굽과 가나안 정복기를 보면 주어진 조건이나 장애물을 보지 말고 담대함과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면 승리할 테니 강하고 담대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코로나19를 완전히 물리치고, 예전처럼 일상을 되찾기는 당장 힘들겠지만 겨울의 찬 대지에서 봄을 기다리는 씨앗처럼 믿음을 가지고 이 조건에서도 자유를 실천해야 한다. 믿는 자에겐 능치 못할 일이 없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4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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