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군 총격 도발은 더 큰 도발의 전조?

등록날짜 [ 2020-05-09 11:20:59 ]

김정은 등장 이틀 만에 우리 GP에 총격

오보 후 재등장 장소 ‘인비료공장’ 왜?

인산 통해 핵무기 원료 추출 가능성

평양 인근 신리에 ICBM 시설 곧 완공


일부 친북인사들의 말대로 ‘짜잔하며’ 김정은이 20일 만에 나타났다. 김정은은 평안남도 순천의 인비료공장 준공식장에 나타나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정은 사망설, 뇌사설, 유고설은 종지부를 찍었다.  정부 여당은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가짜뉴스가 또 한 번 대한민국을 흔들었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김정은의 생환을 반기는 듯한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쪽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북한 관련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데일리NK에서 첫 보도가 나간 뒤, 지난달 21일 미 CNN 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첩보를 미국 당국이 주시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김정은 건강 이상설은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블룸버그 등 세계적인 언론사들도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를 피해 원산에 있다” “크루즈 미사일 발사 실험장에서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심장 수술을 했는데 뇌사상태다” “수술받다가 죽었다” “죽어서 장례식 준비 중이다” 등 설이 난무했다. 나름 믿을 만한 북한 내부 정보라인을 통해 확인했다지만 북한의 역공작 가능성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다. 미 워싱턴 포스트(WP)의 평가대로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관련한 보도는 허위정보와 노골적 추측의 뒤죽박죽이었다.


그러면 김정은이 건강해져서 나타난 것일까? 아니다. 김정은의 건강은 여전히 위태롭다. 김정은은 키 167cm에 몸무게가 136kg이나 나가고 목이 두껍다. 한마디로 초초고도비만 환자라고 할 수 있다. 또 불면증에 시달리고 하루에 담배 4갑을 피우는 지독한 골초에다 포도주와 살을 잘 찌우는 스위스산 에멘탈 치즈를 즐긴다고 한다. 계단을 오를 때는 노인처럼 난간을 손으로 잡고 천천히 오르고, 숨은 폐기종 환자처럼 쌕쌕거린다. 우리 주변에 36세의 이런 젊은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당장 병원에 입원시켜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이 정도면 언제든 돌연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다. 예전에 미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김정은보다 건강하다”라고 한 말은 그냥 내뱉은 말이 아닌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5세다.


의혹도 여전하다. 청와대는 김정은과 관련해 “특이 사항이 없다”고 했지만 김정은이 4월 15일 금수산 태양궁전에 미라로 누워 있는, 북한에서 신으로 여겨지는 김일성·김정일 시신에 참배하지 않은 것, 평양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다발을 바치지 않은 것, 20일 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 자체가 특이사항이다. 이 의문점들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해명된 게 없다. 사망설, 유고설 등은 지나치지만 아직도 북한 내부 상황은 지금 무언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김정은이 잠행을 끝내면서 찾은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이다. 김정은은 올해 1월 6일 첫 현지 지도로 이 비료공장을 찾은 바 있다. 그동안 북한은 매년 한국과 중국에서 비료를 수십만t씩 들여다 농사를 지었다. 비료가 없으면 작물을 자라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비료는 김정은 정권 안보에 중요하다. 이런 비료가 대북제재로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비료 100만t 생산을 목표로 내걸었다. 한국이나 중국에 식량을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나아가 순천은 북한의 5대 우라늄 매장지인 데다 비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인산을 통해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정광, 이른바 옐로케이크(Yellow Cake)를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북한은 평양 순안국제공항 인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설을 거의 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순안공항 인근 ‘신리’라는 곳에 들어서는 새로운 시설은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을 수용할 만큼 대규모라고 밝혔다. 이 시설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기(基)를 한꺼번에 세워놓고 조립할 수 있다고 한다. 김정은 오보로 세계가 한바탕 소동을 겪고 있는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은 더 커가고 있다.


미국 대선(大選)이 앞으로 6개월 남았다. 북한에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막고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김정은 등장 다음 날인 3일 강원도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난 북한군 총격 도발은 더 큰 도발의 전조(前兆)일 수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5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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