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마스크 착용에 동서양 문화 차이

등록날짜 [ 2020-06-06 11:36:40 ]

아시아에선 규범화…서양에서는 거부감

전통적 강국인 미국·유럽 위상 추락하고

한국 위상 상승은 지나친 개인화의 역설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바라보는 동서양 시각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의 그림을 보여 준 후 “이 사람이 행복하냐”고 물으면 동서양 사람 모두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활짝 웃는 사람이 잔뜩 화가 난 사람들과 같이 있는 사진을 보여 주고 똑같은 질문을 해 보면 차이가 난다. 동양 사람은 “이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지만, 서양 사람은 “이 사람은 여전히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이런 대답을 한다. 인물 사진을 찍어 보라고 해도 비슷한데, 서양 사람은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얼굴이 크게 나오게 촬영한다. 반대로 동양 사람은 인물을 배경과 함께 찍는 경향이 많다. 이 실험은 동서양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관계 속에서 개인을 바라본다. 아무리 주인공이 웃고 있어도 주변 사람이 찡그리면 동양인은 결국 이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서 답을 한다. 하지만 서양인은 개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의 내면이나 외면에 집중해 판단한다.


관계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은 한국인에게 더 두드러지는데 소유를 나타낼 때도 우리 것, 우리 집, 우리 아버지와 같은 표현을 쓰고, 개성이나 개인의 관심을 앞세우기보다 공동체 입장을 은연중 먼저 강조한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를 할 때, 서양인은 자신의 장점이나 단점, 취미 등을 주로 말하지만 동양인, 특히 한국인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성격이나 내면적인 것을 얘기하기보다, 주로 자기가 살던 동네, 가족 관계, 출신학교 등을 많이 얘기한다. 타자를 배려하는 태도에서도 큰 윤리적 차이가 있다. 대체로 동양과 한국에서는 개인의 입장보다는 예의 자체를 더 중시하고 너무 직설적으로 속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차이에 관해 많은 문화적 연구가 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우리나라가 방역 선진국이 된 것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예컨대 초기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보건당국과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대면접촉을 자제하라는 등 캠페인을 벌여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개인의 권리나 자유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 오랜 전통이 있고 개인주의 사고방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스웨덴은 오히려 자연 면역력을 키운다고 일상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다가 사망자가 증가하는 등 큰 낭패를 봤고, 미국은 지금도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정부의 통제에도 저항한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따가운 시선을 많이 받고 기침 예절도 강조한다. 공동체나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처럼 사재기나 극한 폭동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지키며 잘 견디고 있다. 이런 평온함은 오랫동안 품앗이, 두레 같은 것을 통해 형성된 상호부조 전통이 강하고, 삶에서 공동체와 개인의 조화를 중시하는 가족적 가치관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최근 미국은 코로나 사망자가 이미 10만 명을 넘어 2차 대전 당시 사망자 수를 능가했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빈곤의 고통이 커지고 이런 것이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폭력사태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큰 교훈은 개인의 운명이나 삶은 상당 부분 공동체와 묶일 수밖에 없고, 구성원의 유대와 협력이 사회 유지와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반면, 전통적 강대국인 미국과 유럽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지나친 개인화의 역설일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는 모두 협력해서 선을 이뤄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9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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