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전쟁 억제는 힘의 균형에서 이루어진다

등록날짜 [ 2020-06-27 11:17:02 ]

한반도 또다시 긴장감 ‘팽팽’

전쟁의 해악 늘 염두에 둬야

강한 국방력·안보의식 뒷받침돼야


인류는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왔다. 세계사는 곧 전쟁으로 점철된 피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구약에 자주 등장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아시리아(앗수르), 바빌로니아(바벨론), 페르시아(바사) 제국에서부터 알렉산드로스가 이끄는 마케도니아 왕국을 거쳐, 광대한 유럽과 지중해를 평정한 로마 대제국에 이르기까지 침략과 정복의 전쟁사를 빼놓을 수 없다. 중세기에는 유목민이나 이민족의 빈번한 침입, 교황과 황제의 권력 다툼, 봉건 영주의 영토 분쟁으로 말미암아 중세 유럽 지도는 그야말로 피로 얼룩졌다. 격변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세계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전쟁을 두 번이나 벌였고,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역사도 끊임없는 전쟁으로 얼룩졌다. 고려, 조선 시대에는 주로 이민족의 침략으로 방어전을 여러 번 치렀고, 현대에는 북한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해 씻을 수 없는 참상을 겪었다. 미·소 냉전 시대에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심지어 1989년 냉전이 끝난 후에도 21세기가 시작될 때까지 세계 78곳에서 무려 116개 무력분쟁이 일어났다(조지프 나이, 『국제분쟁의 이해』 中).


전쟁은 왜 일어날까? 그 원인에는 수많은 변수가 끼어들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제국의 팽창 추구, 민족 이동, 영토·해상권 확보가 전쟁의 배경으로 역사서에 언급돼 있음을 고려하면, 영토, 자원, 경제, 이권, 종교, 사상, 이데올로기 같은 여러 요소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이런 요소에 크게 경도(傾倒)되고 이해 관계국 사이 세력 균형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영국 등 다른 국가들이 쇠퇴한 틈을 타 유럽 최강국으로 부상한 독일이 팽창을 추구했기에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개인 간의 갈등은 공권력과 법치로 통제되지만, 국가 간 갈등은 세계 정부라는 것이 없기에 갈등이 조정되지 않으면 세력이 강한 쪽이 최후 해결 수단으로 전쟁을 택해도 막을 길이 없다. 게다가 지배자의 야욕이 더해지면, 조정과 타협으로 얻을 이익에 만족하지 않고 어떠한 희생과 파괴가 따르더라도 전쟁을 일으켜 권력과 이득을 극대화하려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원흉인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이러한 부류에 속한다. 한편, 어떤 나라가 상대국에 과오를 저질러 큰 피해를 끼쳤는데도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아 물리적 응징을 당하는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전쟁은 참혹한 비극을 초래한다. 젊은 군인은 물론이고 양민을 대량 살상하며 강산을 폐허로 만든다. 전쟁 중에 사람을 죽이고 파괴하는 끔찍한 행위가 합법적인 것으로 용인되거나, 처벌받지 않는 일도 다반사다. 살인, 상해, 강간, 방화, 폭행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래서 J. 그라이트는 “전쟁은 모든 인류 죄악의 총합이자 인류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 행위”라고 말했다. 전쟁은 규모에 따라 문명을 사라지게 할 만큼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고대 일부 문명이 사라지거나 쇠락한 원인 중에는 전쟁으로 말미암은 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영국 역사가 아널드 J.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우리가 처해 있는 사회적 기술적 환경에서 우리 문명이 과연 존속할지 여부는 의견의 차이(갈등)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전쟁이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를 일거에 파멸할 수 있는 핵폭탄의 위력을 고려하면, 토인비의 일성(一聲)은 21세기를 사는 인류에 경종을 울린다.


냉전 이래 강대국 간 전쟁이나 세계적인 대규모 전쟁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핵무기 보유가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 분석한다. 하지만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또 중동 지역에서 국지전은 물론, 최근 인도·중국 국경 지대의 무력 충돌 사태를 보더라도 크고 작은 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같은 초국가(超國家) 단체들이 저지르는 테러도 인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다. 북한의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폭파와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한반도에 또다시 긴장이 조성된 상황에서 전쟁의 해악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전쟁을 억제하려면 무엇보다 힘의 균형에서 밀리지 않거나 우위에 서 있어야 함이 냉엄한 현실이고 역사에서 얻은 교훈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강한 국방력과 안보 의식이 철저히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682호> 기사입니다.


문심명 집사
국회사무처 근무
29남전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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