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마녀사냥식 ‘억울한 사람’ 안 된다

등록날짜 [ 2020-07-04 11:12:32 ]

성추행 의혹 결백 밝혀진 교사 자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감성적 측면과 이성적 측면 균형있게

작동해야 개인이나 우리 사회가 건강


한 편의 신문 기사가 가슴에 메아리를 남긴다.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경찰 조사를 받은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와 상관없이 교육청이 징계 절차를 진행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 이야기다. 교사 가족이 억울하다며 공무상 사망을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했고, 법원은 이를 순직으로 인정했다. 우리 사회에 갑질 폭로와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그간 관행처럼 벌어지던 성희롱, 성추행 등 음지의 사건이 폭로되고, 권력 관계를 악용한 성적 착취나 갑질 횡포를 사회가 점점 더 엄격하게 단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필자 세대엔 개인윤리 의식을 떠나 성 감수성이나 갑질에 대한 통념이 지금과 달라 돌이켜 보면 억울한 피해자도 참 많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고, 조직에 해를 끼치기보다 피해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폐단을 바로잡으려는 의지와 인권존중 문화가 확산하면서 신고와 처벌이 권장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성과 못지않게 부작용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기사처럼 성 문제나 갑질 혐의로 신고를 당하면, 일단 범죄자처럼 단죄하는 사회 분위기가 대세다. 그러면서 가해와 피해를 도식처럼 나누는 마녀사냥으로 전개되는 풍조가 종종 벌어진다. 아주 오래전 일인데, 아는 교수 한 분이 성 문제로 교내에 신고되어 고초를 치른 적이 있다.


평소 이분의 인격을 알고, 전후 사정도 깊이 아는 사람들은 신중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혀를 차고 수군대기도 했다. 나중에 혐의를 벗었지만 학내 인권위와 징계위를 거치는 과정에서 경험한 수모나 가해자로 취급되면서 자신을 변론해야 하는 자괴감과 상처는 엄청났다. 최종 무혐의 판정이 당사자의 마음고생까지 없애 주지는 못한다.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는 정황이나 증언보다 피해자의 말 자체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되면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여론은 주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처럼 소문을 맹신하고 가해자에게 돌을 던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필자는 성, 갑질 문제에 대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푸는 것에 찬성하고, 일탈을 초래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을 세우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불의를 비판하거나 범법자를 단죄할 때 고수해야 할 원칙도 중요함을 지적하고 싶다. 이것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혐의가 완전히 판명되기 전까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상식이다. 법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조사와 재판을 하는 것도 이런 면을 고려해서다. 이번 교사 자살 사건도 경찰이 학생들 진술을 종합해 추행 의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학생들이 탄원서까지 냈으나 피해 신고가 잘못되었을 리 없다고 징계에 착수하면서 비극으로 끝났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사회도 감성적 측면과 이성적 측면이 균형 있게 작동해야 건강하다. 어떤 일을 보고 판단할 때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어떤 기준을 갖기 마련이고, 하나의 사안이 시간이 지나 정반대로 결론이 나오는 일도 흔하다.


어떤 범죄나 일탈이 벌어지면 무조건 판단을 하지 말라거나 범죄에 대해 기계적 중립을 지키자는 얘기가 아니라, 사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냉정해질 필요가 있고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가장 큰 폐단은 정보의 홍수와 이에 편승한 분위기다. 예전에는 정보를 몰라 오판을 했다면 이제는 정보가 넘치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대중여론이 형성되다 보니 한쪽으로 쏠리거나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미혹에도 주의해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683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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