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뉴미디어 시대의 폐해

등록날짜 [ 2022-02-09 08:50:03 ]

자극적 정보만 좇는 ‘디지털 치매’

도를 넘어버린 SNS 중독과 ‘관종’

성찰 사라져버린 감각의 시대에서

신앙 지키려면 세상소리 문 닫고

내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혹시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예전과 달리 요즘 세상은 왜 이리 험해지고, 엽기적인 사건이 자주 생기나?’, ‘왜 사회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영화 같은 범죄나 사건들도 그리 많아졌는가…’라고 한탄한 적이 있는가.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고,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하면서 인성이 변한 것도 사실이지만, 미디어의 영향도 이런 현상에 크게 작용한다. 70년대, 80년대 같은 과거에도 황당한 사건 사고와 통제 불능한 진상들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조용히 묻히곤 했다. 반면 오늘날은 그런 자극적인 정보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공론화되는 경우가 많다.


바야흐로 뉴미디어 시대다. 뉴미디어란 기존의 전화, 텔레비전, 카메라처럼 한 방향 소통 매체가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추고, 상호 작용이 가능해지면서 일상에서 활용되는 미디어를 말한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 독립생산과 전파가 가능한 유튜브, 팟캐스트 등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3차원 가상공간에서 사회,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메타버스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소수 엘리트 집단이 정보를 생산하고 선별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했다면 이제 누구나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물리적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삶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다. 이러면서 대중의 소통 방식과 행동은 물론 관심사도 바뀌고 있다.


독해능력과 사고가 필요한 말과 글 대신 짧은 동영상이나 디지털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대중문화도 점차 말초적으로 향하고, 깊이나 내용보다 테크닉과 형식이 화려해진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보를 검색할 때도 네이버나 백과사전보다 시각적 유튜브를 선호하며, 생활용품 구매나 배달도 인터넷 플랫폼을 많이 이용한다.


뉴미디어의 발달에 반비례해 인간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깊게 사고하거나 기억하는 능력은 점점 퇴보한다. 신문기사나 책 대신 영상 정보에 의존하면서 정적인 실제 현실에는 둔감해지고 마치 팝콘처럼 튀는 것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현상이 만연하다. 팝콘 브레인은 시청각적 멀티미디어에 익숙해지면서 성찰하고 직관하는 능력 자체가 퇴화하고 자극적인 정보만 좋아하는 일종의 ‘디지털 치매 현상’이다. 현대 대중사회를 설명하는 적절한 용어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 지식의 확대와 참여가 늘어나고 수평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민주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이 낙관했지만, 오히려 대중문화가 획일화되고 사람들의 이해력과 공감 능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 정보화 시대에 양질의 정보를 가려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인 디지털 격차가 점차 벌어지면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어처구니없는 집단심리나 행동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또 소셜미디어가 확장하면서 남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이를 성공의 무기로 활용하려는 이른바 ‘관종(관심받고 싶어 하는 종자)’도 늘어난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신이 생산하거나 유포한 정보에 대한 대중 반응과 댓글 등으로 확인하기에 점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정보에 매달린다. 나만의 공간인 인터넷은 이들에게 좋은 활동 무대기에 비상식적이거나 엽기적 행동도 서슴지 않으며 내 기준을 절대화하기 쉽다. 조금만 불편하면 일단 상대를 비난하거나 욕을 하며, SNS를 통한 공론화, 고소나 진정도 주저 없이 한다. 뉴미디어 즉자성(卽自性)과 확장 가능성이 감각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하지 못하는 디지털 폐인과 결합하면서 위에서 말한 온갖 사건·사고를 양산하는 것이다.


인간이 미디어의 노예가 되면서 미디어 자체로 바뀌는 시대에 디지털 치매와 관종은 이 시대의 문제거리로 대두할 수 있다. 가끔 멈추어 생각하고, 향락과 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육신이 아니라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35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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