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문지기의 믿음으로

등록날짜 [ 2022-01-04 13:37:58 ]

문지기가 늘 깨어 있지 않다면

주인을 맞이할 수 없어서 실패

항상 깨어 주인 기다린 종처럼

주님 다시 오실 날을 준비해야



2022년이 밝았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는 때에, 우리는 늘 이렇듯 두 겹의 시간을 경험한다. 그것은 종말론적 시간이다. 하나님의 종말론적 시간이란 이미 와 있기도 하고, 또한 아직 오지 않았기도 하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다”(막1:15)고 선포하시기도 했고 하나님 나라가 이미 우리 안에 있다고도 말씀하셨다(눅17:21). 그렇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아직 미래이기도 하다. 하나님 나라는 종말론적 사건이다.


오늘 2022년 1월 1일은 이미 왔던 시간이며 이제 온 시간이다. 이제 온 오늘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은 2022년의 모든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종말론적 사건이다. 믿음은 종말론적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미 오신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아직 오지 않은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 그렇게 종말론적 시간을 겪어 내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 우리는 줄곧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믿음의 시작이며 절정이기도 하다. 바울이 믿음, 사랑, 소망을 말할 때도, 바울의 소망은 언제나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부활에 대한 소망이며 다시 오실 예수님에 대한 소망이다. 믿음은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이며, 그 기다림 속에서 일어나는 준비 과정이다.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려야 하는 제자들을 위해, 예수님은 기다리는 종에 대한 비유들을 말씀하셨다. 그중 문지기 비유(막13:34~37)는, 어떤 사람이 집을 떠나 타국으로 갈 때의 이야기이다. 주인은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각 사무를 맡기고 문지기에게도 깨어 있으라고 명한다. 이 비유에는 일을 맡기는 각각의 종들과 더불어 문지기가 따로 언급된다. 규모가 큰 집의 경우, 대문 바로 앞에 초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는데, 문지기는 그곳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곳을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이 있다. 문지기는 최전선에서 그 집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주인이 다른 종들과 구별해서 문지기를 따로 언급한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업무를 위해서, 문지기는 특히 밤에 깨어 있어야 한다. 도둑의 위험은 낮보다 밤에 더하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인 밤은 위험하다. 밤과 낮이 바뀌어 생활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문지기는 이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이 비유에서는 문지기에게 다른 하나의 업무가 더 부여된다. 도둑을 막아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 집 떠나는 주인이 언제 다시 오든지 간에 문지기는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문지기가 문을 열어 주어야 주인이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갈 수 있고 집안의 모든 사람이 주인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지기 비유는 기다림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려 준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의 목적을 위해 깨어서 준비하는 과정이다.


2022년을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이 오늘부터 시작되리라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오심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예수님이 언제 오실지, 어떻게 오실지 알지 못한다. 문지기처럼 깨어 있지 않다면 주인을 맞이할 수 없다. 주인을 맞이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자랑했던 믿음은 다 헛것이 되지 않겠는가! 주인을 맞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게으르고 악한 종(마25:26)이 되지 않겠는가!


해마다 새해라고 이름 붙은, 그러나 물리적으로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을 마주하게 되는 이때는 훈련의 시간이다. 하나님의 종말론적 시간을 경험하는 때이다. 1월 1일, 새롭고도 낯익은 이 시간에, 깨어 있는 문지기의 기다림으로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준비했으면 한다.



/김호경 교수

서울장신대 신학과


위 글은 교회신문 <73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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