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낙태죄 헌법불합치가 남긴 숙제

등록날짜 [ 2019-05-07 15:51:50 ]

헌재 “태아는 독자적 생명체”로 규정
낙태 전 ‘상담 의무화’ ‘숙려 기간 의무화’
‘미성년 부모 동의’ ‘생명 친화적 성교육’ 등
태아 생명보호 위한 바람직한 대안 찾아야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죄를 없앨 경우 찾아올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겠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낙태 논란의 종결은 아니다. 이제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헌재에서 제시한 틀 안에서 낙태를 규율하는 새로운 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 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낙태 현실이 크게 달라질 것이므로, 낙태 논란은 입법 과정에서 다시 한번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도인들은 내년까지 이어질 입법 절차를 주의 깊게 지켜보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헌재가 태아를 헌법상 생명권을 지닌 독자적 생명체로 규정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아의 생명권 보호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은 통탄할 일이지만, 태아를 헌법상 생명권을 지닌 주체로 규정했기에 앞으로 만들어질 법률에는 임신부와 함께 태아를 보호하는 낙태 예방 조치를 포함할 수 있게 됐다.

태아 보호를 위한 대표적 조치로 ‘낙태 전 상담 의무화’를 꼽을 수 있다. 독일에서는 임신부가 낙태하기 전에 반드시 두 차례 상담을 거치도록 법률로 정해 놓았다. 상담자는 태아의 살 권리를 알리고 임신을 지속하도록 권유하는 등 임신부의 양심적 의사결정을 유도한다. 낙태 결심을 확고히 하지 않은 임신부 중 절반가량이 상담 후 출산을 결정했다고 한다.

‘낙태 전 숙려 기간 의무화’도 여러 나라에서 채택한 방법이다. 미국 여러 주(州)에서 숙려 기간을 24시간으로 정했고, 독일은 상담 후 숙려 기간을 3일로 규정했다. 미성년자가 출산의 두려움과 정보 부족 탓에 섣불리 낙태하지 않도록 부모의 동의를 얻게 한 것도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는 제도다. 미국 32개 주에서는 주정부 기금을 일반적 낙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11개 주에서는 민간보험 상품의 낙태 관련 보장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도 태아 보호 차원에서 낙태와 관련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보장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 외에도 낙태 관련 통계 의무화, 의사의 낙태 관련 진료거부권, 태아 부친의 ‘양육책임법’ 등 법제정과 함께 청소년의 절제·책임교육과 생명 친화적 성교육도 도입해야 한다.

당장 헌재가 제시한 대로 임신 22주 이내 낙태 허용의 사유와 기한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텐데, 헌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내에서 태아 보호에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갖추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낙태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나님 주신 생명이 우습게 여겨지지 않도록 그리스도인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이계룡 집사(3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2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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