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교만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

등록날짜 [ 2020-05-02 10:57:34 ]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진주로 향했다. 아내가 진주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연수회에 참석한다고 해서 진주 경상대학교 대학원에 가는 길에 바래다주려고 나선 것이다. 나란히 앉아서 가니 피어오르는 대화는 끊어질 줄 몰랐다. 진주 가는 길은 대학원을 오가면서 자주 다녔기에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자신감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운전 자세가 흐트러졌다.


아내는 길을 잘못 들까 걱정돼 몇 번이나 물었다. 나는 웃으면서 “이 길은 대학원 다닐 때 안방처럼 드나들던 곳이니 아무 걱정 마세요”라고 했다. “그래도 속도를 낮추세요. 조심해야지요.” 아내는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속도계를 보니 규정 속도를 넘어서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눈에 익은 길이 아니었다. 아차 하는 순간 IC를 지난 것이다. 순간 아찔해지면서 ‘큰일 났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하게 돌렸다.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뛰어든 것이다. 오른쪽에서 ‘끼-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2차선에서 오던 티코 승용차가 우리 차를 피하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비껴가는 소리였다. 나는 순간 당황해 가까이에 있던 스펀지 방벽을 들이받고, 이번에는 왼쪽으로 핸들을 돌렸더니 1차선에서 오던 그랜저 승용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가까스로 정차했다. 내 차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벽을 가볍게 부딪치면서 멈춰섰다. 얼떨떨한 채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하면서 곁을 보니 아내가 겁에 질린 채 넋이 빠져 앉아 있었다.


감사하게도 다친 곳은 없어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티코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미친 듯이 욕을 내뱉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사고가 일어나고 10초가량 지났을까 거대한 차량 행렬이 밀려왔다.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찌그러진 차에서 나온 우리 부부는 차들이 지나갈 때까지 중앙분리대에 바짝 붙어 있었다. 생각할수록 머리끝이 쭈뼛했다. 만일 내가 차 방향을 틀었던 그때 이 수많은 차가 들이닥쳤다면 과연 우리는 살 수 있었을까? 2차선에 대형 화물트럭이 지나고 있었더라면 우리 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졌을 것이다.


견인차에 올라 정비공장으로 향하면서 운전사에게 사고 상황을 말했다. 운전사도 큰 사고를 피한 것이 기적이라며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라고 거듭 위로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교만한 당신을 낮추려고 이런 일이 일어났나 봐요”라고 말했다. 잘 아는 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이 떠올랐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제자의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언제나 함께하신 하나님, 교만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최화철 협력안수집사(4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7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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