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예수님처럼 사랑하게 하소서

등록날짜 [ 2020-05-09 11:16:03 ]

“지금 연결될 상담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콜센터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 나오는 안내 멘트다. 얼굴이 안 보이고,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기에 상담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는데, 안내 멘트를 듣고 나서는 ‘이분들도 소중한 분들이구나’라고 생각해 공손하게 대한다고 한다.


나도 상대방이 누구냐, 자신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달라지는 상황을 눈앞에서 경험했다. 초등학교 온라인개학을 앞두고 새 학기 교과서를 나눠 줘야 했다. 학생당 교과서 8권을 모아서 묶고, 학부모가 가져가도록 1층 중앙현관 앞에 두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오는 날, 직접 나눠 주려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중앙현관에서 기다렸다. 오는 분마다 반가운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친절하게 외치며 맞았다.


그런데 의외로 교사들의 인사를 친절하게 받아 주는 분은 많지 않았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고, 어떤 분은 온라인개학에 대해 짜증 섞인 말을 하거나 따지기도 했다. 학부모들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이기에 반가운 마음이 컸는데 왜 이리 차가울까 의아했지만, 곧 의문이 풀렸다. 몇몇 학부모가 “아, 선생님이세요?”라고 놀라며 태도나 목소리 톤을 바꾸는 것이었다. 우리가 담임교사인 줄 미처 알지 못한 것이다. 학교 직원이 교과서를 나눠 준다고 생각해 함부로 대하다가 자기 자녀를 담당할 교사라는 걸 안 순간 태도가 바뀐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만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고,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시며 세리나 이방인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하셨다(마5:44~47). 학부모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가 나도 내게 유익하고 도움 될 것 같은 사람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잘 보이려는 경향이 있는 점을 깨달았다. 내게서 이득만 취해 갈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그 사람을 피하던 일도 생각났다.


예수님은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주고,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고,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고 하셨다(마5:40~42). 과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속옷 달라 할 때 속옷만 줘도 착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대부분은 싫다고, 귀찮다고 거절할 것이다.


그러나 죄인을 대신해 죽어 주신 주님 사랑이 우리 안에 있고, 주님의 마음이 우리 안에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예수께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채찍질한 병사들의 죄도 친히 담당하시고 사랑하셨기에 그분의 사랑이 우리에게 있을 때 우리도 원수를 사랑할 수 있다.


내가 만나는 이웃이 나중에 천국에서 함께 살아야 할 가족이요, 형제와 자매라고 생각하며 영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주님 심정으로 그 영혼을 섬기고 사랑하면서 살아 보자. 차별 없이 조건 없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기를 소망한다.


 

/강혜민(풍성한청년회 임원단)
現 초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67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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