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오늘도 기도 응답으로

등록날짜 [ 2021-03-22 14:06:00 ]

나는 기도 응답에 대한 믿음이 참 없던 사람이었다. 매일 기도는 하지만 응답받으리라는 믿음보다는 의무감에 기도한 날도 있고, 마음 한쪽에 ‘하나님이 내 기도는 안 들어 주시나’, ‘내가 죄를 많이 지어 응답받지 못하는 건가’라며 툴툴거릴 때도 많았다.


그렇게 의심과 의무감으로 기도하던 중 지난해에도 ‘전 성도 40일 그리고 10일 작정기도회’가 시작됐다. 집을 성전 삼아 기도해야 하는 터라 집중해 기도하기 어려웠다. 교회에서 부르짖어 기도하던 것과 달리 시간도 더디게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교회에서 나누어 준 기도 제목 종이를 들고 우리말로 또박또박 두세 번씩 반복해 기도했다. 종이에는 개인 신앙생활을 비롯해 교회, 가정, 직장, 나라를 위한 기도 제목이 적혀 있었고, 특히 직장을 놓고 구체적으로 기도했다. 사이좋은 사제지간이 되도록, 학교 폭력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때가 때인 만큼 교사와 학생 모두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기도했다. 이렇게 50일간 기도해 두고도 내가 세심하게 기도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몇 달 뒤 교무실에서 근무하시던 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등교 중지가 내려졌고 다른 선생님들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감사하게도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왔다. 선생님 모두 마스크를 철저하게 착용하고 있었지만 근무 환경상 감염된 분과 접촉할 수도 있었는데 모두 음성으로 나와 너무나 감사했다. 이후에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직간접적으로 확진자와 접촉한 일들이 들려왔지만 학생들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은 그때마다 다행이라며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나는 그제야 몇 개월 전 우리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을 위해 기도했던 것이 생각났다. 기도 응답이다!


현재의 학교로 발령받기 전 청년회원들과 학부모님, 학생 그리고 동료 교사를 위해 기도한 적이 있다. 교사를 지지해 주는 학부모님과 좋은 동료 교사를 만나도록, 학생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그리고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학교로 갈 수 있도록 기도했다. 사실 그런 완벽한 조건을 갖춘 학교에 가기란 드문 일이기에 몇 가지만 응답받아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내가 기도한 것을 모두 응답받았다. 교사를 존중해 주는 학교 분위기, 걸어서 출퇴근, 다른 반 선생님들은 학부모 민원에 쩔쩔매고 거친 학생을 담당해 일과를 마치면 녹초가 되곤 했는데, 나는 말썽 없는 학생들과 교사에게 협력적인 학부모님들을 만난 것이다.


이것 외에도 나의 삶 전부가 기도 응답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것을 몰랐다니. 소소한 것 하나까지도 주님의 은혜였다. 기도 응답 안 된다고 툴툴거리면서 의기소침하던 내 모습이 부끄럽고 기도 응답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주님께 죄송해 눈물이 났다.


하나님은 다 들으시고 응답하고 계셨는데, 기도 응답의 타이밍을 내 마음대로 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도 감사한 응답은 내 안에 기도 응답에 대한 의심이 사라진 것이다. 할렐루야. 주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이번 ‘40일 그리고 10일 작정기도회’에도 응답하실 주님을 기대한다.



/강유림(충성된청년회)
現 초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69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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