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허풍의 결과

등록날짜 [ 2021-04-29 12:52:17 ]

바다를 생업으로 하는 어부들로서는 항해한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한다. 바닷가 사람이 거칠다는 통념도 험한 바다와 싸워야 했고 내일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던 그들의 삶이 축적된 결과일 것이다.


젊은 시절을 보낸 바닷가 동네에 ‘과부마을’이 있었다. 아버지, 남편, 아들이 바다로 갔다가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가족의 아낙네, 며느리, 딸들이 집성촌을 이뤘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훼손된 그물의 코를 깁거나 생선을 손질했다. 사시사철 불어 대는 바닷바람에 거칠어진 손은 상처와 굳은살로 두꺼비 등처럼 두꺼웠다. 생활이 조금 나아지면 어시장 좌판의 생선 장수로 나섰고, 종잣돈이 마련되면 조그만 선술집이나 횟집을 차려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부양했다.


당시 알고 지낸 직장동료는 형제만 셋인데, 아버지를 바다에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홀어머니는 선착장 옆에 조그만 횟집을 운영했다. 우리는 퇴근 후 종종 횟집에 모였고 나이도 고만고만해서 친구의 모친을 어머니처럼 대했다.


적지 않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공통된 허풍 또는 거짓말이 있는데, 첫째는 과장된 군대 얘기요, 둘째는 실제 나이보다 한두 살씩 높여 말하는 것이다. 군대 얘기야 악의 없는 허풍이니 같이 웃고 즐기면 그만이지만 나이는 좀 민감한 부분이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실제 나이보다 한두 살 높여 말해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님이 호적 신고를 잘못해서 그렇다며 이러쿵저러쿵…. 그러다 보니 후배가 동기 되고, 후배가 선배도 되는 일이 발생한다.


직장동료는 출생한 달이 빨라 1년 먼저 학교에 들어갔으니 자연히 동년배로부터 선배 대접을 받았지만 외지에서 들어온 나는 출생연도가 같아 친구로 지냈다. 그날도 직장 선후배와 어머니가 운영하는 횟집을 찾았다.


원탁에 둘러앉아 흥겨운 시간을 보내던 중 무슨 연유인지 나이 얘기가 나왔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기 나이를 밝히는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친구의 머리가 ‘욱’ 하며 원탁을 향해 크게 꺾였다. 어머니가 큼직한 손바닥으로 친구의 뒤통수를 후려치면서 “너는 자기 나이도 모르느냐”고 나무란 것이다. 지금까지 나이를 속여 온 것이 탄로 난 친구의 황당한 표정에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우리 교회는 비슷한 연배끼리 한 부서에 모여 서로 교제하고 친교를 나눈다. 당연히 구성원 각자에 대한 배려와 섬김이 중요한데 간혹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나이를 높이는 것도 천국에 앞서 가고 싶다는 간절한 뜻이라면 존경받아 마땅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으므로 아쉬운 일에 불과하다. 더욱이 실체가 드러났을 때 서로간에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신앙 공동체 안에서 신뢰도 깨지므로 가벼운 거짓이라도 삼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예수님께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6:31)고 당부하셨다. 내가 먼저 진실해야 상대도 진실하게 다가온다. 서로 섬기고 존중해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윤웅찬 집사

12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9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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