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배려하는 주차문화

등록날짜 [ 2023-02-22 09:25:11 ]

나이가 들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균형 감각도 떨어져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몇 주 전 새끼발가락을 가구 모서리에 세게 부딪치는 일이 생겼습니다. 눈앞이 아찔할 만큼 엄청 아팠습니다. 처음에는 발가락이 살짝 부어 신발을 신을 때만 조금 불편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발가락이 아파 옵니다. 설상가상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다가 살얼음을 딛고 심하게 넘어졌습니다. 거듭 일어나는 사고가 무척 당혹스럽습니다.


주변에서 병원을 가라고 당부하는데도 몇 번을 사양하다가 뒤늦게 병원에 갔더니 복사뼈가 부러졌다며 입원하라고 했습니다. 황망히 입원했더니 발목에 생긴 부기를 가라앉혀야 깁스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진통제를 먹으며 다친 발을 딛지 않은 채 며칠을 지냈습니다.


발을 디딜 수 없으니 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한 발로 뛰어 화장실을 다니는 등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부기가 빠져 깁스를 한 뒤 퇴원했으나 여전히 한 발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목발을 양 옆구리에 대고 조금 걸어 승용차를 탔는데 자동차까지 오는 길에 몇 번을 넘어질 뻔했습니다. 일상생활 하는 데 있어 장애가 얼마나 괴로운지 몸소 체험하는 중입니다.


저 같은 경우 며칠 지나면 다시 건강해지겠으나 노약자나 중병을 앓는 환자들은 차가 있더라도 외출 한 번 하기가 두려울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하여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러 성전을 찾아오지만, 몸이 불편하다면 교회 앞마당에서 성전 안까지 들어오는 길도 천 리 길입니다. 다리는 힘이 없어 걷기 어렵고 혹여 걷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회복하기도 쉽지 않으니 가족이나 섬기는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대성전 주변에 주차할 공간이 많이 있어 그나마 편하게 예배드리러 오도록 섬겨야 하는데, 건강하고 멀쩡한 사람이 빨리 왔다고 주차를 합니다. 그러면 이들은 어디에 주차해야 합니까? 주차할 장소를 찾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거나, 지하에 차를 두고 고생 고생해 성전까지 올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기진맥진 지쳐 은혜받을 마음도 자칫 흐릿해집니다.


대성전 주변 주차 자리는 노약자를 위해 빈 공간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 믿는 자의 도리입니다.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지하 주차장 맨 아래층에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면 좋겠지만, 차를 가져와야 한다면 노약자를 배려하며 주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아프면 교회에 오는 것도 힘듭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교회에 오는 분들을 위해 그들을 섬기고, 어렵게 오신 만큼 더 은혜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형제를 사랑하는 성도의 본분입니다. 대성전 주변이 텅텅 비더라도 혹시 모를 노약자를 위해 지하에 주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 간 성도의 형제 사랑입니다(요일3:14).



/오태영 안수집사

교회복지부장

진달래출판사 대표


위 글은 교회신문 <78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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