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가족 식사시간과 최고의 교육

등록날짜 [ 2010-05-18 10:05:29 ]

부모와의 잦은 교감이 최상의 프로그램

#1
. 지난해 SBS스페셜이 방송한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은 전통적 가치로만 여겨지던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재조명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프로그램의 중심 내용은 하루 20분 동안 자녀들과 마주앉아 식사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상호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새로운 이론이다.

실제로 1980년대부터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보스턴의 저소득층 83가구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언어 습득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다른 어떤 조건보다 가족 식사를 많이 하는 아이들의 어휘 습득력이 월등하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 결과, 아이들이 독서로 얻는 단어는 140여 개인 반면, 가족 식사를 통해 얻는 단어는 무려 1000여 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콜롬비아대학 카사(CASA) 연구진이 청소년 12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 식사를 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A 학점을 받은 비율이 약 2배 정도 높았다.

두 연구 기관의 실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이유는 가족 식사에서 예측 불가능한 모든 종류의 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는 식사 중에 일어나는 설명식 대화로 인해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것은 물론 언어구사능력까지 익혀 풍부한 어휘력을 갖게 된다. 이는 추후 학교에 진학했을 때 학업 능력의 바탕이 된다.

#2.
EBS가 출간한 「아이의 식생활」은 밥상 앞에서 부모가 권하는 채소는 절대 먹지 않고 집안 곳곳에 숨겨둔 과자는 귀신같이 찾아내는 아이의 행동 원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는 본래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네오포비아(neophobia)’가 있는데, 채소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채소를 갈아서 주거나 다른 재료와 섞어서 주면서 조금씩 그 비율을 늘려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맛을 즐기는 것은 본능에 가까워서 특별한 노력이 없어도 좋아하지만, 채소와 같은 약간 쓴맛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낀다.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자주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채소를 익숙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이가 싫어하는 것은 두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어쩔 수 없이 내어주는 부모의 행위는 어쩌면 직무유기에 가깝다.

#3.
앞서 두 가지 내용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의 지능이나 학습 그리고 식생활에서 부모와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 없다 보니 아이 혼자 식사하는 시간이 잦고, 지식도 부모가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책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밖에 없다. 부모와 함께하는 식사시간을 통해 아이는 사회성을 알게 모르게 익히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휘력이 향상되며, 부모가 먹는 음식을 보며 식생활도 개선된다.

아이는 표현할 수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부모와의 교감을 원한다. 교감은 바로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많은 책을 읽어 주는 것보다, 좋은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더 우선시해야 할 가장 좋은 교육은 바로 부모와의 식사시간에 이뤄진다.

위 글은 교회신문 <19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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