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음서제(蔭敍制) 논란 재고(再考)

등록날짜 [ 2010-09-14 07:18:28 ]

믿음의 상속은 신앙인의 복이며 재산 
하나님을 아는 체험의 신앙 물려주자

#1
. 최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의혹과 관련, 그동안 이와 유사한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며 파장이 일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라며 날로 비판의 강도가 세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는 외교부에서 지방자치단체까지 번졌다. 군수의 딸, 시장 조카 등의 ‘특채 의혹’도 일고 있다. 그러다보니 언론에서 ‘음서제’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마치 부정적이고 옳지 않은 말로 인식되나 실상 음서제는 고려와 조선시대 과거제와 더불어 관리 등용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2.
음서는 부조(父祖)의 음덕(蔭德)에 의지하여 그 자손을 관리로 서용(敍用)하는 제도이다. 고려 7대왕인 목종 때 처음 등장한 음서제는 귀족의 자손이 이 통로를 거쳐 관리에 등용되고 가문의 덕택으로 고관의 지위까지 오른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고려시대 음서는 과거제와 쌍벽을 이루는 관리 등용의 양대 기둥이었다. 출신 배경만으로 관리직에 오르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으나 그 가문에서 배우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에 반드시 부정적인 인사 등용은 아니었다. 또 음서에 의해 처음 주어지는 벼슬은 대개 실무와 관계없는 직무인 경우가 많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고려 후기에 들어서면서 권문세족이 이 음서제를 자신의 지위를 세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 활용하였기 때문에 부패의 원인이 되었다. 조선에서도 음서로 관직에 임용됐을 때 그 옆에 ‘음’자를 썼다. ‘그늘’이라는 뜻의 ‘음’(蔭)자를 수치스럽게 여겨 음서로 임용이 됐더라도 나이가 50이 됐든 60이 됐든 계속 과거에 응시해 ‘음’자를 없애려 했다.

#3.
성경에는 예언을 통해 낳은 자녀들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제외하고 이삭, 삼손, 사무엘, 침례 요한 등이 그들이다. 이들 모두 부모의 신앙을 통해 복 받은 자녀들이며, 하나님의 위대한 일을 감당했다. 물론 그들 스스로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으나 부모의 신앙이 첫 번째 조건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성경 속 ‘신앙 음서제’라 할 만하다.

지금도 여전히 ‘신앙의 음서제’는 유효하다. 부모의 자리와 세력을 물려주려 한다면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되겠지만 신앙의 깊이와 영적 능력을 물려주려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된다.

부모는 평생 동안 쌓은 믿음의 본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그 아이 역시 자연스럽게 부모의 믿음을 본받아 하나님의 일에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신앙생활은 지식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자녀가 부모의 믿음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하는 것은 그 어떠한 신앙공부 프로그램보다 위대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도 신앙의 깊이를 자녀에게 전하는 신앙의 음서제를 적극 활용하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께서 나를 섬기는 자는 천대의 복을 주고, 우상숭배 하는 자에게는 삼,사대 저주하겠다고 말씀하셨음에도 우상숭배의 자리에 앉는 것은 지혜로운 부모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0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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