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대만 보니 지난날 우리가 부끄럽다

등록날짜 [ 2010-12-01 10:29:06 ]

 #1.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판정 시비로 대만의 반한 감정이 극에 달한 가운데, 급기야 마잉주 대만 총통까지 나서며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은 지난 17일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전에 나선 대만 왕수춘이 베트남 선수에게 크게 앞서다 경기 막판 불법장비(구식 전자호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실격패하면서 촉발됐다. 실격패한 왕수춘은 경기에 앞서 두 차례 장비 검사를 통과한 이후 일이라 조직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미숙한 운영에 분통을 터뜨릴 만했다. 왕수춘은 장시간 매트에 주저앉아 울면서 침묵시위를 벌여 대만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대만이 분풀이 대상으로 한국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언론이 직접 나서 한국과 관련한 갖가지 음모론을 제기하고, 격분한 대만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 특히 일부 시민은 한국 상품은 물론, 한국 드라마와 한류스타들에게도 노골적인 비난과 조롱을 일삼았고 급기야 한국 학교에 달걀을 투척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결국,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대만 정부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이미 외교 문제로까지 번진 이번 태권도 사태는 양국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게 됐다.

#2.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김동성 선수가 1000미터 결승라인을 제일 먼저 통과했다. 그러나 미국선수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결국 실격패 당하고 만다. 오노라는 스케이트 선수 한 명에 전 국민이 흥분하고 울분이 폭탄처럼 팽배한 상황에서 그해 7월, 효순이 미순이 사건은 폭탄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적인 사건이 되었다. 이후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반미감정은 극에 달한다.

따지고 보면 2002년 김동성 선수 실격이 반미감정의 출발점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분명 안타깝게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도 맞다. 그러나 심판 판정 또한 스포츠 일부며 그러한 일은 그동안 비일비재해 왔다.

지금까지 오노는 한국인에게는 속임수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그도 미국에서만큼은 적어도 동계 스포츠계에서 영웅이다. 미국 동계 스포츠인 중에서 제일 많은 메달을 땄으며, 지금도 여전히 동계 스포츠를 움직이는 중심인물이다. 경쟁상대로 여기는 것과 무조건 미워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것이 선진 시민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것이다.

#3. 어느 특정 선수가 밉다고 그 나라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앞서 대만인이 우리나라를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이유로 한국 전체를 매도하는 것을 보면 참 어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 때문에 그 나라 전체를 속임수의 나라로 매도하려 했던 동계 스포츠 사건이나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에 속아 나라 전체가 들끓었던 광우병 사건은 두고두고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아무리 음식과 관한 일이라 할지라도 전 국민이 흥분할 것까지는 없었는 데도 마치 무엇에 홀린 양 정부를 매도하고 미국을 매도했다. 음식의 위험성으로 따지자면 우리나라 전반에 퍼진 중국산 음식이 더 위험하며, 군사적으로는 민간인까지 거침없이 공격하는 북한이 더 위험한 존재 아닌가.

지금부터라도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현실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잘못에 대해 전체를 매도하는 어리석음은 버려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고 이를 위해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21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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