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반값 등록금과 사회 시스템

등록날짜 [ 2011-07-06 09:28:20 ]

대학교 등록금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연일 많은 대학생들과 이에 동조하는 시민 단체, 정치인들이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한 학기 768만 6000원으로 등록금 비용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하지만 등록금 부담이 낮은 국공립대 비율은 대한민국 전체 대학의 18%인데 비해 미국은 70% 이상이 국공립대에 해당한다. 다른 선진국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공립대 비율이 높다. 프랑스 86%, 독일 95%, 이탈리아 93%다. 사립대 위주인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다.

또 대한민국은 대학 부문 정부지원금액이 20%에 불과한 데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의무교육이 아닌데도 고등교육비 70%를 정부가 부담한다. 사실상 대한민국 대학 등록금이 최고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대학교에 입학한 1980년도에는 대학입학금이 100만 원 미만이었고, 한 학기 등록금도 50만 원이 채 안 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대학등록금 액수는 정말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왜 이렇게까지 대학등록금이 상승했을까?

그것은 교육 시장의 수요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대학 진학 학생비율이 33.2%인 것에 비해, 2010년 대학진학 학생비율은 79%이다. 이는 반값 등록금 문제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게 비싼 대학등록금을 내고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졸업한 후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 수가 무려 30만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변해야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가 대학입시에만 집중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학부모 대부분은 자기 자식이 명문대학에 들어가 대기업에 취업하여 일생을 보장받는 삶을 살기 원한다. 그러나 그러한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어떠한가? 한 달 최저 생계비용인 88만 원을 벌고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고 인터넷을 뒤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는 부모 마음은 서글플 것이다.

독일에서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5학년 나이가 되면 학교 교사가 그 학생의 진로문제를 놓고 학부모와 상의하여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이 직업학교에 진학해 전문기술을 배워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과 평등하게 일자리를 구하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사회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없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이슈가 되지 않으면 모두 무관심하다가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미봉책으로 해결하려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2위를 차지하면 무엇하는가? 미래 사회를 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 놓지 않으면 결국 우리 사회는 불안하고 어려운 삶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교육과 일자리와 관련한 장기적 안목에서 체계적 사회 시스템 구축을 위해 활발한 논의와 대책 마련에 힘쓰기를 기대한다.


/ 고영대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4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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