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대한민국 사초(史草) 분실, 엄중 책임 물어야

등록날짜 [ 2013-07-30 17:13:40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진상 반드시 밝혀
안보 문제로 걱정하는 국민의 마음 풀어줘야

#1. 새누리당은 7월 25일(목) 사상 초유의 ‘사초(史草) 실종’ 사태를 ‘범죄’라고 공식 규정하고, 신속하게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홍문종 사무총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은닉, 폐기, 삭제, 절취하는 행위에 가담한 피고발인 전원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피고발인에 특정인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참여정부 청와대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기록원 관계자,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기록원 관계자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신속하게 검찰에 고발한 의도는 먼저 2007년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실종이 여야가 정쟁할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범죄라 보고 사법기관에서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황우여 대표는 7월 24일(수)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임금 승하 후에 작성한 실록은 군왕이라도 함부로 열람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초에 관련한 범죄는 참수로 벌하였다”며 이번 사건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2.
조선 시대에도 사초가 없어지는 일이 두 번 있었다. 첫 사건은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타자 춘추관에 보관하던 사초 대부분이 사라졌다. 다행히 화마가 덮치기 전 젊은 사관들이 사초 일부를 빼돌려 임금이 피란하는 길에 사초를 짊어지고 따라나섰다. 그러나 왜군이 뒤따라오자 목숨을 부지하려고 사초를 불태우고 달아났다. 결국 후일 편찬한 ‘선조실록’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번은 영조 52년(1776년)에 발생했다. 영조와 차기 군주인 세손 이산(정조)이 합의해 ‘승정원일기’ 1년 치를 지워 버렸다. 발단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였다. 사도세자는 기행과 비행을 일삼다 죽었고, 그 기록이 승정원일기에 남았다. 권신들은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를 얕봤고, 이에 정조는 그 기록을 없애라고 요청했다. 영조는 손자가 요구한 대로 승정원일기에서 문제 대목을 없애 버리기로 하고 ‘세초(洗草)’를 명했다. 즉 한지 위에 먹으로 쓰인 사초를 물에 씻어 그 내용을 지워 버렸다.

‘조선왕조실록’ 중에 ‘선조실록’ 외에 ‘선조수정실록’이 있고, 비슷한 기록으로 ‘현종개수실록’과 ‘경종수정실록’이 있다. 이는 사관이 탄압받고 직필하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돼 뒷날 실록 일부를 수정해 썼다는 증거라 본다. 이런 와중에 적지 않은 사관이 피해를 봤을 것은 불문가지다.

#3.
국가기록원에 보관한 문서는 조선 시대라면 사초(史草)에 해당하는 보물인데, 이것을 누군가가 분실 또는 훼손했다니 그 책임자는 엄중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폐기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므로 회담록 실종 경위와 전후 과정을 검찰수사에 맡겨 철저히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국정원에 있는 대화록 음성파일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역사를 기록해 놓은 사초가 없어진 사건은 역사가 끊어진 일이나 다름없기에 특검제를 동원해서라도 사초를 사라지게 한 범인을 반드시 찾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NLL 수호 의지에 관련한 대한민국 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여야가 따로 없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정치권도 이를 정쟁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한 대통령이 과연 우리 영토를 수호할 의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반드시 알고 싶어 한다. 그래야 앞으로 우리 영토를 지키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정재형  편집장
신문발행국

위 글은 교회신문 <34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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