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평화협정’ 빠진 새 ‘국가안보전략’

등록날짜 [ 2023-07-11 22:01:38 ]

지난달 6월 7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국가 최상위 안보 지침서 ‘국가안보전략’에는 이전 정부에서 강조해 온 ‘평화협정’과 그 선행 절차로 여겨지던 ‘종전선언’이 빠졌다.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란 휴전 상태인 6·25사변을 종결하고, 남북과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고 맺는 조약을 말한다. 북한은 휴전한 이래 한국과 미국에 평화협정을 줄곧 요구해 왔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때마다 우려하는 까닭은 평화협정의 선결 조건 혹은 후속 조치로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즉 북한은 평화 유지를 위해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명분 삼아 사실상 대한민국 국방 시스템의 근간을 해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는 종전이 선언되거나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 유엔군사령부의 존립이 가장 먼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엔사는 6·25 발발 직후 유엔 안보리 결의안 83호, 84호에 따라 “북한의 무력 공격을 격퇴”할 목적으로 미국이 지휘하는 형태로 창설되었다.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유엔사는 지금까지 한국의 주요 안보 기구의 하나로 기능하고 있다.


안보리 결의가 현재도 유효하므로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에 별도의 유엔 결의 없이 17개 회원국에서 전력과 물자를 지원받아 대한민국의 전쟁 수행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또 일본에 있는 후방 기지 7개를 일본의 사전 허락 없이 한국 방위에 활용할 수 있어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물론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유엔사가 자동 해체되지는 않으며, 새로운 유엔 결의나 미국의 결심이 있어야 한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유엔사가 6·25 전쟁 수행을 위해 구성된 만큼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등으로 전쟁이 공식 종료되면 존립할 명분이 흔들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북한은 평화협정을 제안하면서 유엔사 해체를 함께 요구해 왔고, 전쟁 종료 시 친북 세력은 유엔사 해체를 강경하게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 평화의 도래를 이유 삼아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국가보안법처럼 북한의 적대 행위를 경계하는 법률은 철폐될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신뢰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앞에서는 평화협정을 요구하지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DMZ 목함 지뢰 공격 같은 대남 도발로 평화를 파괴해 왔다. 북한의 모순적 태도는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의도를 의심케 하며 협정 준수 의지에 대한 기대도 저버리게 한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우리의 군사 대비 태세만 허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남베트남은 1973년 파리 평화협정 체결로 미군이 철수한 뒤 곧 공산화되고 말았다. 이를 고려하면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배제한 새 국가안보전략은 전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위정자들이 나라의 안보를 강화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튼튼한 안보는 자유로운 신앙생활의 기반이다.



/이계룡 집사
3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80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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