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대회 금상] 나를 비행하게 한 그와 전쟁을 선포하다

등록날짜 [ 2013-02-26 09:26:19 ]

진소영 (천안 오성고등학교 3학년)

“지금 감염 위험이 매우 크고 골절 때문에 척추 위치가 불안정하여 하반신이 마비될 위험이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실대로 말씀하셔야 치료할 수 있습니다!”

2009년 10월 13일, 나는 그에게 처절하게 패배당한다. 공부라면 지역 명문 고등학교에 당당히 합격하고, 신앙생활이라면 예배 때마다 두 손 들고 찬양하는 겉모습에 누구도 그에게 점령당한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나를 다 안다고 자부하신 부모님까지도…. 그러나 숨어 있던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순간이었다. 나는 주님이 주신 달란트, 그 똑똑한 머리를 이용해 몇 개월 동안 들키지 않고 교묘한 수법으로 부모님 신용카드를 마음껏 사용했다. 사용하는 액수가 커질수록 나는 알 수 없는 뿌듯함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주님께서 돈 바다에 빠져 무아지경인 나를 그냥 두지 않으실 터였다.

끝내 이 사실을 아신 부모님께서는 방 안에서 무릎 꿇고 회개하라는 말씀과 함께 나를 방에 혼자 두시고,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사태 해결을 고심하고 계셨다. 그 순간 돈 바다에서 나와 눈물바다를 이루며 회개? 회개는 무슨, 나는 짐을 싸고 가출을 준비했다. 그런데 방에 갇힌 내가 탈출할 길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철저했다. 활짝 열린 창문이 내 눈에 들어온 순간 “할 수 있어, 폴짝 뛰어내리면 돼! 소영아, 너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반항해 본 적 있어? 이제 너도 다 컸잖아! 얼른 도망쳐!” 하고 유혹하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그리고는... 나는 정말 말 그대로 ‘비.행.소.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집은 꽤 높은 3층. 그날로 나는 전치 6개월 진단을 받고 하반신 마비가 될 뻔한 고비를 넘긴 후 온몸에 철심과 나사를 박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3개월 동안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송장같이 누워 매일 그날 비행하던 내 모습을 반복 재생해 보니 도무지 그날의 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성과 거리감각을 모두 잃고 창턱을 도움닫기 삼아 땅을 향해 정신없이 날아가던 내 모습은 늘 시험에서 100점 성적표를 받던 똑똑한 내가 아니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렸던 것일까? 분명 무언가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 존재의 정체는 알지 못한 채 자의 반 타의 반 비 내리는 흰돌산수양관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중.고등부 성회 둘째 날, 설교 중 전교 1등을 부르시는 윤석전 목사님의 말씀에 벌떡 일어섰고, 책 한 권을 받았다. 몇 페이지 채 넘기지도 않고 나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에 빠져 있던 존재, 바로 나를 비행하게 한 그 정체를 알게 됐다. 나는 돈에 미치고 돈을 사랑하며 귀하디귀한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처절하게 망쳐 버린 것이다…. 억울하고 억울했다. 마귀에게 속아 사고로 잃은 2년 세월이 죽도록 억울하고, 그놈들을 찾아 미친 듯이 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그랬구나. 날 이렇게 만든 그들이 바로 마귀였구나. 그들은 정말 살아 움직이는구나.’ 눈물로 책을 흠뻑 적셔 가며, 책장을 떨리는 손으로 넘기며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다.

은사 집회를 마친 셋째 날 새벽,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나는 옆에 놓인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아무리 옳고 그름을 안다 하더라도 마귀의 미혹을 사람의 생각과 지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 옳은 일을 하고 그른 일을 안 할 힘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붙들어 주시는 데서 온다.’ 이것이 이 책을 한약 짜듯 쥐어짜 내어 얻은 나를 성공하게 하는 단 한 방울의 방법이다. 이것을 100% 인정하고 죽도록 예수께 붙들려 사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이기려 하기는커녕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 상태였다. 세상은 나를 똑똑하다 칭찬했지만, 사실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미련한 자였음을 진정 눈물로 인정한다.

분명 이 책 속에는 나를 살리고 성공하게 하는 주님의 말씀과 윤석전 목사님의 애타는 목소리가 진하게 녹아 있다. 그러나 나는 나를 비행하게 한 어둠의 존재를 찾아내고 내 삶 곳곳에 묻은 더러운 그들의 행적을 발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 따라서 이번에 읽은 것은 아무리 퍼서 시원한 물을 마셔도 그 물의 근원이 마르지 않는, 말씀의 우물과도 같은 이 책의 겉장만을 살짝 펼쳐 본 것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오늘 이후로 마귀의 자녀에서 벗어나 진정한 하나님 자녀로 살아갈 때에 무섭게 다가오는 고난을 극복하고, 마귀가 지배하는 세상을 이기고, 진정으로 나를 성공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데에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된 이 책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을 믿는다.

나는 사고 이후 두 번째 가출로 두 번의 고1, 두 번의 고2라는, 남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힘들었던 중.고등학생 시절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이 시기에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마귀로 말미암은 내 인생의 굴곡을 이해하고 인정할 기회를 잡아 매우 기쁘다. 또 이같이 진심 어린 독후감을 글로 쓸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나를 살리신 주님을 위해 나도 사람을 살리며 예수를 전하는 의료선교사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공격하는 마귀에게 영원한 전쟁을 선포하며 하나님께 찬양 드린다! 나는 가리라, 주의 길을 가리라!

위 글은 교회신문 <32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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