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200·下)] 열매 없는 무화과를 저주하신 성서의 땅 “벳바게”

등록날짜 [ 2021-02-13 21:34:59 ]

감람산과 베다니 사이 아랍인 마을 아부 디스
공생애 마치기 위해 예루살렘 입성하신 예수
잎사귀만 무성한 무화과나무 책망하신 것에서
충성과 순종 없이 위선적인 우리 신앙 돌아봐야


감람산 남동쪽에 있는 벳바게는 ‘설익은 무화과나무의 집’이라는 지명처럼 무화과나무가 많다. 이곳은 예루살렘 성으로 가시던 예수께서 시장기를 달래줄 열매가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해 메마르게 하시고, 예루살렘 입성 전 두 제자에게 나귀를 끌고 오라 시키셨던 성서의 땅이다.


스가랴 선지자의 예언(슥9:9)처럼 예수님의 역사가 일어난 곳에 비잔틴시대와 십자군시대를 이어 교회가 세워졌다. 1300년경 세워진 교회 기둥의 밑둥을 보존해 둔 덕분에 남은 기둥을 중심으로 지금의 벳바게교회를 지었고, 교회 벽에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신 후 겪으셨던 십자가 고난의 장면을 그림에 담아 걸어 두고 있다. 2000년 전 예루살렘으로 오신 예수를 이스라엘 백성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영했지만, 정작 예수께서 들으신 소리는 “예수를 못 박으라!”는 백성의 아우성이었을 것이다.



<사진설명> 벳바게. 벳바게 추정지인 아랍 마을 아부 디스의 모습.


<사진설명> 이스라엘의 무화과나무와 열매 모습.


<사진설명> 벳바게교회. 예수께서 예루살렘 입성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나귀를 끌고 오라 지시하신 일을 기념해 1883년 세워졌다.


윤석전 목사: 예수님께서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내용과 의미가 궁금합니다.


홍순화 교수: 무화과나무의 열매는 5~6월부터 열리기 시작해 제철인 7~8월이 되면 즙이 많고 달콤합니다. 무화과는 과육이 연해서 생으로 먹거나 말려 먹습니다. 벳바게의 뜻이 ‘설익은 무화과의 집’이라는 점에서 짐작하듯 이 지역에는 무화과나무가 많습니다. 특이한 점은 7~8월에 익은 첫 열매를 따고 나면 우기(雨期)를 지나 4월까지 다시 무화과가 달린다는 것입니다. 이때의 설익은 열매를 ‘파게’라고 하는데, 계절로 보면 첫 열매지만 나무를 기준으로 보면 제대로 된 열매는 다 딴 뒤의 끝물이어서 상품 가치가 없습니다. 배고프거나 가난한 사람이 아니면 먹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지나가다 본 무화과나무에는 설익은 무화과조차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무화과나무는 제철에도 잎만 무성할 뿐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설익은 ‘파게’도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는 제철에도 더는 열매를 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시고 저주하셨습니다(마21:18~19).


윤석전 목사: 예수님께서 열매 없는 나무를 저주하시는 것을 보며 ‘내게는 어떤 열매가 있는가?’ 돌아보게 됩니다. 달란트 비유처럼 우리도 유익을 남기는 신앙생활을 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잎사귀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한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박영철 교수: 첫째,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성경을 여러 번 읽고 금식기도를 하는 일은 열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를 통해 전도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또 다른 열매를 맺는 배가 사역이 일어나고, 우리 삶에서 날마다 죄를 이겨 내 주님의 거룩함을 닮아가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이것이 바로 잎사귀만 무성한 무화과나무 같은 사람입니다. 둘째, 교회 차원에서 우리 교회가 주님의 열매를 맺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1년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교회가 북적거리다가도 프로그램 후에 남는 것이 있었는지, 영혼을 구원하고 하나님을 드러내는 일에 얼마나 열매 맺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셋째, 주님께서 “세상 사람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고 말씀하셨는데 사회에서 교회가 비난받는 일이 있었는지, 그랬다면 왜 비난받았는지 점검하라는 의미입니다.


윤석전 목사: 나와 교회의 신앙생활이 잎만 무성한 것이 아니라 꼭 열매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동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과 충고를 받으면서도 가슴속에 느끼는 것이 없다면 인격을 가진 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고, 이해하고, 돌이키도록 인격을 가지게 하신 것에 참 감사합니다. 오늘 등장한 무화과나무 외에 성경에 나오는 식물 중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나요?


홍순화 교수: 성지도 땅이기에 사람과 동식물이 삽니다. 성지가 있는 이스라엘과 우리나라의 기후가 달라서 성지에 있는 몇몇 식물은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번역할 때, 우리나라에 없는 식물은 비슷한 식물을 찾아 이름을 붙이게 돼 혼동을 줍니다. 우슬초 같은 경우 성경에 나온 우슬초와 우리나라의 식물은 완전히 다른 식물입니다. 삭개오가 올라간 뽕나무도 돌무화과 계열의 식물입니다. 성경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성경에 나오는 다양한 식물의 이름과 실제 성지에서 자라나는 식물을 알아야 합니다.


윤석전 목사: 현재 한국 교회가 잎사귀만 무성한 무화과나무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영철 교수: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전 인구의 4분의 1이 예수를 믿는 나라가 됐습니다. 인구의 4분의 1이면 한국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 생명력이 나타나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은 세상 사람에게 비난을 받으며, 잘못된 비난에도 변명 한마디 못 하는 것을 봅니다. 이런 모습이 잎사귀는 무성한데 실제 열매는 없는 무화과나무와 같습니다. 한국 교회가 이렇게 된 이유는 말로는 주님을 믿는다 하지만, 정작 주인이신 주님의 말씀에 인생을 완전히 바치는 충성과 순종은 별로 없이 잎사귀로 자기 신앙을 장식하는 위선적인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우리는 믿음 안에서 내가 주님을 어떻게 보고 있고, 주님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주님과 내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잘 살펴보며 오늘 들은 메시지 속에 새롭게 신앙을 정립하기를 바랍니다. 주님은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즉시 저주하셨습니다. 내가 직분을 갖고 교회 안에서 많은 충성을 할지라도 세상에서 지탄받고, 교회 안에서 열매가 없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전도 열매와 삶의 열매가 없다면 이미 죽은 나무입니다. 주님께서 역사하신 사건을 통해 내일의 빛나는 열매를 맺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계속>



<사진설명> 종려주일에 벳바게 근처에서 시작해 감람산과 겟세마네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행진 모습.



<사진설명> 벳바게 위치. 벳바게는 예루살렘 동쪽에 있는 감람산과 감람산 동남쪽에 있는 베다니 마을 사이에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8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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