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209·下)] 브엘세바 서쪽 성읍‘사루헨’

등록날짜 [ 2021-06-17 20:59:55 ]

네게브에서 가장 큰 ‘브솔 시내’
성읍 옆으로 흘러 물 쉽게 얻고
방어요충지 이점 살려 요새 건설
고대 이집트의 힉소스족 거점지


시므온 지파의 활동 무대였던 네게브 광야. 시므온 지파는 이 부근 성읍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 성읍 중 한 곳이 바로 사루헨(Sharuhen)이다. 브엘세바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시므온 지파의 땅 사루헨은 팔레스타인에서 이집트까지 남북을 잇는 중요한 통로에 자리 잡은 요새였다. 기원전 16세기경 고대 애굽(이집트)에서 쫓겨난 힉소스(Hyksos) 왕조가 거점을 삼은 곳이고, 이곳에서 힉소스 왕 키안(Khian)의 이름이 새겨진 갑충석이 다량 발견되기도 했다.



<사진설명> 시므온 지파가 분배받은 사루헨 성읍 전경.  사루헨은 브엘세바에서 서쪽으로 30km, 지중해에서는 동쪽으로 21km 들어와 있는 내륙지역이다.



<사진설명> 사루헨 주변 지도. 사루헨 바로 옆을 ‘브솔 시내’가 지나간다. 브솔 시내는 브엘세바 남쪽에서부터 사루헨을 지나 그랄 지역을 거쳐 지중해로 빠져나간다. 늘 물이 부족한 사막 지역이지만 브솔 시내가 옆을 지나고 있어서 성읍을 건설할 수 있었다.












<사진설명> 이집트 제18왕조 초대 왕 아흐모세 1세가 ‘외국의 통치자들’이라는 뜻의 힉소스족을 몰아내는 그림. 출애굽기 1장 8절의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은 힉소스족을 추방하고 이집트 정권을 다시 잡은 제18왕조의 ‘바로’라고 추정한다. 애굽 본토인들이 권력을 다시 잡게 되자 이방민족인 힉소스와 우호적이던 이스라엘 민족도 출애굽 전까지 탄압받았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윤석전 목사: 사루헨을 소개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시므온 지파는 유다 지파의 남쪽 부근을 재분배받았습니다. 시므온 지파가 차지한 땅을 성경에서는 ‘남방’ 또는 ‘네게브’라고 합니다. 사루헨은 브엘세바에서 서쪽으로 30km, 지중해에서는 동쪽으로 21km 들어와 있는 내륙지역입니다.


사루헨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옆에 ‘브솔 시내(Brook Besor)’가 지나기 때문입니다. 브솔 시내는 브엘세바 남쪽에서부터 사루헨을 지나 그랄(Gerar) 지역을 거쳐 지중해로 빠져나갑니다. 늘 물이 부족한 사루헨이지만 브솔 시내가 옆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성읍입니다. 사루헨은 성경에 딱 한 번(수19:6) 나오지만 시므온 지파의 성읍이기 때문에 다루게 됐습니다.


윤석전 목사: 사루헨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권혁승 교수: 성경에는 여호수아가 점령해서 시므온 지파에게 분배된 땅이라는 기록 외에 다른 것은 없습니다(수19:1~6). 그러나 이집트 문서에 보면 기원전 17세기경 ‘힉소스’라는 아시아 계통의 민족이 이집트를 100년 정도 지배한 적이 있는데, 제15왕조 힉소스 정권도 결국 이집트 본토인들에게 축출돼 사루헨으로 쫓겨납니다. 기원전 16세기 제18왕조의 초대 파라오인 아흐모세(Ahmose) 1세가 사루헨을 거점으로 삼은 힉소스족을 공격하는데, 문서 기록에 따르면 “3년 동안 사루헨을 포위 공격했다”고 합니다.


이후 기원전 924년 제22왕조 창시자 시삭(Shishak, 셰숑크)이 예루살렘까지 쳐들어왔습니다(왕상14:25, 대하12:2~9). 시삭이 사루헨을 출발지점으로 삼아 네게브를 공격했다는 것을 기록으로 알 수 있습니다. 고고학 발굴 작업에 따르면 로마시대까지 사루헨에 사람이 살던 흔적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브엘세바와 시므온 지파의 관계 속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권혁승 교수: 브엘세바와 시므온 지파의 관계에 영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아브라함과 이삭이 브엘세바를 중심으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우물을 팝니다. 그 우물을 빼앗으려고 주변 사람이 난리를 칩니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는 우물 하나를 깊이 파려면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해야 해서 엄청난 인력과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아브라함은 암양 7마리를 주면서 자기가 판 증거를 삼았고, 이삭 역시 평화주의자로서 우물을 다 넘겨주면서 갈등을 빚지 않았습니다. 이는 넓은 아량이 아닌가 싶습니다. 힘들게 판 우물은 자기의 재산이기에 넘겨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웃과 바르고 평화로운 관계를 위해 자기의 것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세겜에서 시므온은 자기 목적을 위해 할례를 받고 앓아누워 있던 세겜 사람과 약자를 다 죽여 버렸습니다. 누이동생을 구해 온다는 명분은 분명했지만, 세겜 사람과의 약속을 어기고 그들을 무참히 죽인 것입니다. 작게 보면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도 크게 보면 전체와의 관계가 깨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므온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다른 성향, 다른 신앙의 경향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시므온 지파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왕에 축복을 받으려면 유다 지파처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다 지파와 같은 축복이 성도들에게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성경시대 성읍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홍순화 교수: 구약 또는 신약 시대 도시들의 가장 큰 특징은 요새였다는 점입니다. 당시 전쟁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방어가 쉬운 곳을 대부분 성읍으로 택했습니다. 인간의 생존과 관계돼 가까이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 되도록 농경지가 가까운 곳 같은 몇 가지 조건에 의해 성읍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윤석전 목사: 창세기 21장 33절에서 “아브라함이 브엘세바에 에셀나무를 심고 영생하시는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고 기록했는데,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권혁승 교수: 아브라함은 가는 곳마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일을 가장 중요시했습니다. 당시 예배드리는 방법은 제단을 쌓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 돌을 세워 예배 처소를 마련했습니다. 돌을 세운 것을 히브리어로 ‘마쩨바(Matsebah)’라고 합니다. 야곱이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난 다음 돌베개 했던 돌을 세우고 그 위에 기름 부은 것도 예배를 드린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나무를 심고 나무 밑에서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브엘세바는 뜨겁고 사막과 가까운 지역이라서 나무 그늘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더위 때문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에셀나무(Tamarisk Tree)를 심었다는 것은 예배처소로 삼았다는 뜻이고, 에셀나무는 브엘세바 근처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사막 근처에는 에셀나무나 싯딤나무 정도가 자라는데, 에셀나무를 심었다는 것은 예배를 드렸다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과 이삭이 살던 브엘세바에서 블레셋과 우물 때문에 다툼이 있을 때마다 언제든지 양보했습니다. 왜 블레셋 사람은 땅을 파도 우물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았고, 아브라함과 이삭은 하나님이 함께하셨기 때문에 파는 곳마다 물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파면 물이 안 나오는데 저들이 파면 물이 나오나’ 하는 시기와 질투가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보고 이삭과 화해하면서 모두가 하나 되는 역사를 보게 됩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은 평화의 사람이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복을 받되 유다 지파처럼 복을 받고, 무슨 일을 하든지 아브라함과 이삭처럼 형통하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의 시기와 질투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화합하고, 주님 은혜 속에서 영광을 바라보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03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