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기획 | 교회복지부 교사들의 제자 사랑 이야기] “있는 모습 그대로의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등록날짜 [ 2018-05-24 11:06:02 ]

교회복지부 교사들, 소통불가, 돌발행동 잦은 발달장애인 섬기며
힘들 때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주님 마음 깨닫게 돼


티끌 없이 순수한 믿음으로 예배드리는 모습에 감동·도전 받기도

천국에는 장애인 없으니 멋진 모습으로 꼭 다시 만나길



<사진설명> [주님 심정으로 품은 사랑] 발달·지체 장애인을 섬기는 연세중앙교회 교회복지부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고 소통하기 어렵지만, 예수 그리스도께 받은 은혜를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나눠 주고자 눈물로 기도하며 그들을 섬긴다. 에바다실(농인)을 비롯해 연령별로 믿음실(15세 이하), 사랑실(25세 이하), 소망실(35세 이하), 온유실(36세 이상)을 조직해 가장 낮은 곳에서 주님의 사랑을 뜨겁게 실천하고 있다. 강문구 기자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세상에서 약하고 소외된 제자들을 주님 심정으로 품는 스승들이 있다. 발달·지체 장애인을 섬기는 교사들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발달·지체 장애인을 섬기는 연세중앙교회 교회복지부 교사들을 만나 보았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주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한 이들이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어 보자.




<사진설명> ①믿음실(15세 이하) 교사와 실원들이 김밥을 만들고 있다.  ②사랑실(25세 이하) 사랑실 예배에서 실원과 교사들이 율동하며 찬양하고 있다. ③온유실(36세 이상) 실원들이 ‘책받침 떨어뜨리지 않고 도착하기’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있다. ④소망실(35세 이하) 평소 외출하기 어려운 실원들이 교사의 보호 아래 공원에 가서 자연을 둘러보았다. ⑤에바다실 청각장애인들이 성탄절 ‘전 성도 감사찬양’에 참가해 수화로 하나님께 영광의 찬양을 올려 드리고 있다.

현대판 ‘선한 사마리아인’
연세중앙교회 교회복지부는 연합임원실, 에바다실(청각·언어장애인), 믿음실(15세 이하), 사랑실(25세 이하), 소망실(35세 이하), 온유실(36세 이상)로 구성된다. 연령별로 나눈 일반실에는 뇌병변·뇌성마비장애인을 비롯해 신체·정신 면에서 통상적인 발달이 나타나지 않는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을 통칭하는 말)들이 소속돼 있다.

장애인을 섬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교회복지부에는 5년 이상 장애인들을 섬긴 교사가 전체 교사 49명 중 23명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그들은 어떻게 교회복지부에 몸담게 됐을까.

그들에게는 한결같이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남을 돌보는 이타적(利他的) 성품이 자리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제겐 힘든 사람, 아픈 사람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소외 이웃과 장애인을 위해 봉사활동도 많이 했고요. 연세중앙교회에 오면서 장애인을 섬기는 ‘교회복지부’를 알게 돼 지원했어요.”(이은랑 교사, 7년 차)

“교회 안에서 교회복지부 지체를 볼 때마다 안쓰러우면서도 참 예뻤어요. 그들이 화장실 이용 등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때 조금이라도 도움되고 섬기고 싶어서 지원했어요.”(송복희 교사, 10년 차)

“예전부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어 하다 선택한 곳이 교회복지부지요.”(배선호 교사, 19년 차)

학창 시절, 장애인을 섬기라는 주님 주신 사명에 교회복지부로 발걸음한 이도 있다.

“고등학생 시절, 장애인 후원 프로그램인 ‘밀알의 밤’에서 그들의 삶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았어요. 장애인은 이미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영혼의 때에도 예수 몰라 지옥에 간다면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에 마음 아팠어요. 예수님과 함께하면 이 땅에서도 행복할 수 있으니 반드시 장애인에게 복음 전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주님께 서원하고 대학도 장애인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졸업 후에는 특수학교에서 근무했어요.”(정선애 교사, 7년 차)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해 충성할 곳을 찾다가 교회복지부에서 지체들의 손과 발이 되어 섬기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고 ‘이름 없이 빛 없이 충성할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감동이 왔다는 배춘랑 교사(8년 차), 교회복지부 교사가 부족하다 해서 지원했다가 지체들이 순수하게 예배드리는 모습에 ‘하나님께서 정말 기뻐하시는 예배’임을 눈물로 깨달아 지금까지 12년째 교사 직분을 맡고 있다는 장미경 교사 등…. 교회복지부는 가장 낮은 곳에서 주님의 사랑을 가장 뜨겁게 실천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가슴 아픈 만큼 사랑도 깊어 가
발달장애 아이의 부모들은 가슴에 ‘아픔’을 품고 산다. 그들을 돌보느라 하루 24시간 씨름하고 사람들의 수많은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간다. 삶은 그들에게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그런 부모들의 쉼을 위해, 교회복지부에서는 ‘육아 프리데이(Freeday)’를 진행한다. 발달지체장애 학생을 하루 동안 부모 대신 맡아 분기별로 한 번씩 토요일에 어린이 박물관, 수목원 등에 데리고 간다. 그 외 물놀이잔치와 체육대회를 열고, ‘겨자씨 사랑나눔’ 사업을 펼쳐 성도 가정을 섬긴다.

교사들은 장애인 제자들을 섬기며 그들의 가정까지 품는다. 교사들이 일방적 섬김과 사랑을 제공하는 것 같지만, 사실 장애인 제자에게서 받는 사랑이 더 크다. 특히 교사를 하며 ‘순수한 믿음’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정유선 교사가 맡은 최회생(27, 지적장애) 자매는 예배드리는 주일을 사모하여 일주일에 몇 번이나 교회 가방을 열어 보고, 주보를 살펴본다. 교회 와서는 모든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미영 교사가 맡은 박지성(28, 지적장애) 자매는 예배 찬양시간에 열정이 넘친다. 한시도 쉬지 않고 기쁨으로 예배드리는 모습은 교사들에게 큰 은혜를 끼친다.

장애를 가진 제자들이 꾸밈없고 가식 없는 모습으로 예배드리는 모습은 교사 자신의 하나님을 향한 중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무엇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가식 없는 순수한 모습에 교사들의 가슴은 늘 뭉클하다.

“제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지체들이 저를 더 사랑해 주기에 계속 교회복지부에 머물고 있어요. 이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에요.”(송계숙 교사, 11년 차)

이렇게 날마다 주 안에서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혹독하다. 교사들을 눈물짓게 하는 가슴 아픈 사연이 많다.

“몇 년 전, 제가 맡은 강혜수(29, 지적장애) 자매는 유난히 흥이 많은 아이였어요. 하지만 어머니께서 몸이 연약하신데도 일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혜수의 방문을 밖에서 잠그고 직장에 다녀야만 했어요. 어머니께서 일을 마치고 올 동안 혜수는 집에 방치돼 오로지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를 따라 흥얼거리고, 종이에 낙서하는 일이 일과의 전부였어요. 그런 아이가 교회에 오면 신이 난 듯 부끄럼 없이 앞에 나와 마음껏 몸을 흔들며 찬양했어요. 참 감사했어요. 안타깝게도 혜수의 어머니는 얼마 전 소천하셔서 혜수는 시설로 보내졌어요.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까워 제 마음도 찢어지는 것 같아요.”(강은년 교사, 6년 차)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 같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대수명(지적장애인 50.6세, 자폐성장애인 28.2세)이 전체 인구 기대수명(81.4세)보다 훨씬 낮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이른 헤어짐을 맞는 경우도 많다.

“4년 전쯤 뇌발달 효소를 만들어 내는 기능이 약해 ‘페닐케톤뇨증(PKU)’이라는 병을 앓던 시내(당시 33세) 자매는 2~3세 어린아이의 지능 수준이었어요. 매주 교회에서 5분 거리인 시내 집에 가서 데려오고 데려다주었는데 ‘시내야, 교회 가자’고 할 때 폴짝폴짝 뛰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영혼이 정말 주님을 사랑하는구나’ 느꼈어요. 비록 시내는 3년 전 소천했지만 하늘나라에서 더 행복할 것이라 믿어요.”(이은랑 교사, 7년 차)

물가에 어린 자녀를 내놓은 어미처럼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지체들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지체들이 천국 가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교사들의 애달픈 영혼 사랑을 보면 ‘아픔’과 ‘사랑’은 같은 말인 듯하다.


주님 사랑으로 품고 또 품어
‘지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소통은 불가능하고, 특정 행동을 스스로 멈출 때까지 반복한다. 게다가 큰 위험을 일으킬 수도 있는 돌발 행동까지 한다. 하지만 교회복지부 교사는 주님이 주신 사랑과 시선으로 그들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있다.

“교회복지부 교사들이 지체들을 섬기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예수님 사랑이 아니면 힘들겠다고 느낄 때가 여러 번 있어요. 그래도 우리 지체들이 그런 교사의 사랑을 점차 느끼고 조금씩 예수님을 알아 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김미경 교사, 13년 차)

여느 섬김과 다른 장애인을 섬기는 직분을 수년간 감당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교회복지부 교사들은 말한다. “구원해 주신 주님 은혜 감사해서”라고. 또 함께 울고 웃는 교사들이 곁에 있어서다.

“독생자 아들을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이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를 깨달은 후, 어디서든 선한 청지기로 쓰임받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지금도 교회복지부 교사 직분을 감당하고 있어요. 또 동료 교사들과 함께하는 기쁨도 하나의 이유지요.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는 말처럼 동료 교사들은 나와 같은 그리고 다른 모습으로 열심으로 충성하는 모습이 귀감이 돼 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해요.”(김현숙, 6년 차)

장애인 제자들의 변화는 더디다.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시간들이 흐른다. 하지만 교사들은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 영혼이 예수 믿고 구원받아 제약 없는 자유로운 심령으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만을.

“장애인 제자들은 이 땅에 살면서 힘들고 어렵고 고생했으니 꼭 천국 가서 행복해야 할 소중한 영혼이에요. 천국에는 장애인이 없잖아요. 이들이 천국에서는 얼마나 멋진 모습일지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정선애 교사, 7년 차)

주님 심정으로 품은 사랑이기에 이들의 섬김은 더 큰 울림을 준다. 교회복지부 교사들은 우리들에게 전한다. 장애인들을 바라볼 때, 눈 감고 외면하지 말고 힘들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주님이 우리에게 그러하신 것처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7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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