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기획] 사랑한다, 제자들아! 너흰 ‘보물지도’ ‘귀한열매’ ‘교회미래’

등록날짜 [ 2019-05-13 16:20:08 ]

515()스승의 날이다. 학교 폭력, 왕따, 스마트폰 중독 등 10대와 관련된 가슴 먹먹한 소식들을 자주 접하는 시대에도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데에는 참스승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학교에도 주님 심정 갖고 제자들을 보살피고, 하나님 말씀으로 지혜를 깨우쳐 주는 참스승이 있어 교회의 다음 세대를 밝게 한다. 교회학교에서 10년 이상 근속해 주님께서 맡겨 준 제자들을 섬기고 있는 교사들을 만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영혼 사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괄호 안은 소속부서와 근속 햇수)


제자들이 이젠 든든한 동역자

그간 나를 써주신 주님께 감사

 

김충관(고등부, 18)


20년 가까이 고등부 교사로 충성했다. 그중 10년가량 고등부 총무로 있었다. 올해는 1학년장을 맡아 교사 8명과 함께 고등학교에 올라온 학생들을 섬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교회의 미래인 아이들을 섬기는 일이 그저 즐겁기만 했다. 10여 년 전에 학생 임원단에 소속해 성실하게 신앙생활 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든든한 동료 교사로 동역하고 있다. 또 고등부 졸업 후에 청년회로 옮겨 부장이나 차장으로 청년회원들은 섬기는 제자들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다. 모두 주님이 하신 일이다. ‘교회의 미래일꾼들을 가르치고 섬기는 영광된 직분을 오랫동안 맡겨주셔서 감격스럽고, 써주신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


교사에게는 한 걸음 한 걸음학생들의 마음을 열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조금씩 다가가 가정 사정부터 사춘기 속사정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돌봐주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다. 또 혈기왕성한 고등부 아이들이 세상문화에 빠지거나 이성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섬세하게 돌봐 주어야 한다. 학생들을 그렇게 세심하게 섬기다 보면 자연스레 아비 마음이 생기고, 사제 간에 친밀함도 견고해진다.


영성은 어쩌면 교사가 갖춰야 할 제일 덕목이다. 이를 위해 매일 학생들 이름을 불러가며 부르짖어 기도한다. 말씀도 깊이 읽게 된다. 학생들 앞에서 공과를 진행하고 은혜받은 삶을 나누려면 교사 스스로 거룩하게 살려고 몸부림치며 하나님께 애타게 간구할 수밖에 없다. 교사 충성을 하면서 내 신앙이 자연스레 다듬어지니 감사한 일이다.


올해 고등부는 교회 인근 경인·오류·우신·구현 고등학교를 비롯해 인천·대전·군산·청주 지역 고교 등 고등학교 58곳에서 기도모임을 진행하고, 학생들 스스로 왕성하게 전도하고 있다. 7년 전부터 학생 리더를 발굴하고 학교기도동아리를 운영했는데 어느덧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주님께서 이모저모 써주셔서 감사하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때론 엄마처럼, 때론 친구처럼

보물지도같은 아이들에 감사

 

최문희(디모데학년 신입반, 11)


교회학교 초등부 교사 8년 경력 중 신입반 학생들을 3년째 섬기고 있다. 우리 교회 초등부 신입반은 디모데·다니엘학년 두 부서가 있는데 그 중 디모데학년에서 1~6학년 어린이 20여 명을 섬기고 있다.


아이가 유아유치부에 들어가자 충성할 여유가 생겨 교사에 지원했다. 주님께서는 그런 나를 교회학교 교사 직분으로 가르치고 계신다. 신입반에서 섬기면서 어미 심정이 무엇인지 경험했다. 나도 집에서는 엄마지만, 사랑에 주린 신입반 아이들을 섬길 때마다 주님이 주신 어머니의 사랑이 울컥울컥 솟구쳤다.


5학년 혜민(가명)이는 시흥에서 비신자 아버지가 교회에 데려다 준다. 하루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돌보느라 혜민이에게 신경써 주지 못해 헤민이가 토라진 듯 보였다. 주말에 시흥까지 가정심방 가서 혜민이와 많이 놀아주었다. 선생님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했는지 섭섭한 마음이 풀렸다. 이처럼 교사는 사랑이 필요한 아이에겐 엄마처럼, 말동무가 필요한 아이에겐 친구처럼 관심을 주어야 한다. 주일이면 분주하고 몸과 마음이 고되더라도 어느 아이 하나 놓치지 않고 돌보는 것이 어미 마음이고 하나님 마음인 줄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은 보물지도같다. 깊은 땅속 어딘가 반짝반짝 빛나는 천국 보물이 묻혀 있는데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섬기다 보면 나와 아이들이 어느새 주님 안에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매해 신앙이 성큼 성장한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 모든 것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벅찬 감격을 경험한다.


오랜 세월 아이들을 섬기면서 내 신앙생활을 채찍질하게 된다. 예배 때마다 은혜받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은혜받아야 아이들을 주님처럼 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부족함을 느낀다. 완전한 섬김은 목숨을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님처럼 사랑하기를 기도한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예쁘고 귀한 우리 신입반 아이들

기도하고 응답받는 모습 기뻐

 

윤미숙(디모데학년 신입반, 14)


우리 은율이를 한 주 동안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예수님 안 믿는 엄마 아빠도 꼭 천국 가게 해 주세요.” 주중에 교회 인근 학교 앞에 나가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손을 잡고 기도해 준다. 7년째 초등부 교사로 충성하면서 행하는 주요일정이다. 하굣길에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이 예쁘고, “아멘” “아멘하면서 함께 기도하고 응답받는 기쁨에 오랜 기간 교사로 충성하고 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섬기다 보면 말 못할 어려움도 있다. 주말에 부모님을 따라 여행가거나 학부모가 교회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교사는 어찌해 볼 수 없어 주님을 더 붙들게 된다.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애타는 마음에 수년째 눈물로 기도한다.


몇 년 전, 학교만 알지 연락이 되지 않던 민영이(가명)를 담당했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 서 있다 보면 만날 듯도 한데, 몇 주째 통 만날 수 없었다. 그날도 민영이를 만나지 못해 학교 인근 놀이터에 앉아 주님께 기도하던 중에 성령의 감동이었을까, 갑자기 민영아라고 크게 외쳤다. 그런데 한쪽에서 놀던 민영이가 !” 하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의 은혜였다. 민영이에게 그동안 너를 위해 기도했다, 주님이 사랑하신다는 말을 진실하게 전했더니, 그 주일 민영이가 친구들까지 전도해 교회에 예배드리러 왔다.


신입반 아이들은 귀한 열매. 교회에 한두 번 오다가 이런저런 사정 탓에 더는 발길을 잇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기도하면, 어느 순간 하나님께서 교회에 잘 정착해 있는 모습을 보게 하신다. 올해 고등부 임원이 된 학생 한명도 7~8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애타게 기도했는지 모른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앳되던 얼굴선이 굵직해지고 공부도 잘하고 믿음도 좋아 또래 학생들을 의젓하게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주님이 하셨다고 고백한다.


교사 직분은 정말 내 영혼 살려고 하는 것이다. 충성하면서 영적인 갈급함을 공급받는다. 또 아이들이 주 안에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주님이 기뻐하신다는 감동에 나도 덩달아 기쁘다. 지금까지 써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내가 그들을 섬긴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내 신앙 지킴 받아

 

윤환구(교회복지부, 15)


매해 회계연도 말이면 다른 부서를 기웃거린다. 오랜 기간 몸담고 있는 복지부 교사 직분이 무겁기도 하고, 지체장애 아이들 특성상 큰 변화가 없는 점에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아들의 피를 십자가에 쏟기까지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은혜와 사랑을 깨달으면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휴지통에 집어넣는다. 주님께서 사명이란 마음을 듬뿍 불어넣어주셔서 여태껏 충성하고 있다.


올해는 복지부 연합에 소속됐고, 믿음실(1~15) 어린아이들을 보조로 섬기고 있다. 7세 희철(가명)이는 자폐아다. 예배 시간이면 천방지축 돌아다녔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기도 시간에 하나님께 공손해야 한다며 기도 자세를 반복해서 알려주었다. 겨우 두 손 모으는 단계까지 오는 데 비지땀을 흘렸고, 요즘은 아멘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는 없지만 이들도 구원받아야 할 영혼이기에 손짓발짓 해가며 섬기고 있다. ‘주님께서 죄 많은 나도 참아주셨으니 끝까지 사랑하고 섬기리복된 생각을 품어본다.


지난 10여 년 교사 생활을 돌아보면, 복지부 회원들은 더디고 더디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많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에게 침 뱉는 버릇이 있던 한 형제가 더는 이상행동을 하지 않게 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적이라고 생각했다. 주일에 더는 침을 맞지 않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또 매해 전국장애인체육대전에 출전해 메달을 거머쥐는 박주석(52) 형제의 삶도 감동적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던지기 훈련을 도와주면서 함께 땀 흘린 정이 깊어서일까. 최근 믿음이 부쩍 자라 매일 작정기도회에 휠체어를 타고 빠짐없이 오는 그를 보며 도전받는다.


저들은 저렇게 핸디캡을 안고 주님 안에서 감사하며 살아가는데, 멀쩡한 나는 무언가매순간 자책하며 돌아본다. 지난 10여 년 동안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버텼다. 신앙의 행로에서 이탈하지 않고 견딘 데는 섬기는 장애 학생들이 큰 힘이 되는 것을 고백한다. 내가 그들을 섬긴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내 신앙을 지킴 받았다. 앞으로 나는 또 어떻게 섬길 수 있을까. 주님만이 아시니 주님께 기도하며 감사를 올려 드린다.

/오정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6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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