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70] 정의롭고 공평하신 하나님

등록날짜 [ 2020-04-04 10:31:37 ]

사람들은 어떤 불행을 겪으면 결과적으로 그 일이 생겨난 과정을 거슬러 짜 맞춰가면서 원인제공이 된 모든 단초를 원망하는 기질이 있다. “네가 거기 가자고만 안 했더라면”, “그 사람이 그때 그렇게만 안 했어도”라면서 말이다. 위정자들도 마을, 지역, 국가에 돌림병, 지진, 대홍수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흉흉해진 민심을 다른 데로 돌릴 대상을 찾아 나선다.


16~17세기 흑사병이나 대기근이 발생해 교황의 권력이 약화하자 셀 수 없는 기독교인이 ‘마녀사냥’(witch hunting)의 희생물이 돼, 잔혹한 고문 끝에 화형을 당했다. 재난이 계속되면서 교황은 대중의 분노를 표출할 곳을 마련하고, 잔혹한 공포를 이용해 통치권을 유지하려 했고, 마녀의 재산몰수법에 따라 큰 수입도 올릴 수 있었다.


어려울 때 정의로워야 진실로 정의로운 것이다. 하나님의 통치 기초는 ‘정의와 공평’에 있다고 성경은 말한다. “의(義)와 공평(公平)이 그 보좌(寶座)의 기초로다”(시97:2). 여기서 ‘의’는 히브리어로 ‘체다카’, 공평은 ‘미쉬팟’이다. 이 둘은 항상 붙어 다니면서 한 가지 뜻을 나타내는 중의법(重義法)이다. 영어로는 righteousness(정의)와 justice(공평)인데, 두 단어를 혼용해도 무방하다. ‘헤세드’(은혜)와 ‘에메트‘(충성)가 동의어인 것과 같다.


‘보좌’란 단순한 자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기반(governance)과 권위·권력(authority)을 말한다. 공의를 버리고 자신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민심을 선동해 분노를 애먼 주체에 배출하게 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보좌의 기초는 무너진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군이 퍼뜨렸다” “확진자가 거의 없고 잘 통제되고 있어 올림픽도 할 수 있다”고 하거나, 방역을 철저히 하는 교회라도 상관없이 “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주범이다” “증거가 없어도 심증이 충분하고 미우니까 유죄를 선고해도 된다” 등. 이런 권력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하나님의 통치가 영원하신 것은 하나님만이 변치 않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고 거짓이 없으시고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에게도 친절(헤세드)하신 정의(체다카)와 공평(미쉬팟)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 육신을 입혀 이 땅에 보내시고, 아들은 인류 대신 십자가에 피 흘려 죽고 나중에는 죄 없다는 증거로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여 기도하면 성령을 주시기까지 우리 인간을 향한 구원의 약속을 끝없이 지키셨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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