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104] ‘없어질 때’를 위한 지혜

등록날짜 [ 2022-02-28 12:47:41 ]

기업이나 조직은 활동을 위해 ‘법인카드’를 주기도 한다. 고위직일수록 사용한도 제한이 거의 없고, 사용처도 거의 안 따지니 그 사용이 공적(公的)으로 정직했느냐는 본인 양심에 달려 있다. 물론 나중에 공직자로서 검증대에 서거나, 감사에서 잘못 사용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망신을 당한다.


예수님의 제자 중 의사요, 지식인이요, 사도 바울과 끝까지 동역한 누가는 돈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눅16:1~15)에 누구보다 충격을 받아 기록한다. 주님은 한 청지기를 비유로 드셨는데 그는 주인의 소유를 함부로 남용하다 들켜 해고 예정 통보를 받는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불러 자신에게 아직 청지기 권한이 있을 동안 빚을 감면해 준다. 퇴직 이후 이들에게 빌붙어 살겠다는 잔꾀를 굴린 것이다. 이에 대한 주인과 예수님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 이어지는데 이 불의한 청지기를 두고 “지혜롭다”라고 칭찬하신 것이다.


예수님이 도둑질을 칭찬하셨다? 그래서 이 비유는 많은 논쟁이 있지만, 월급쟁이로서 남의 돈, 법인카드 써 본 이들은 이해하기 쉽다. 주님은 이렇게 칭찬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눅16:9). 권한이 막강하고 지위가 높다는 것은 그것이 사라져 갈 때도 가깝다는 뜻이다. “없어질 때에”(ὅταν ἐκλείπω, 하탄 에클레이포)에서 동사 ‘에클레이포’란 “떠나다, 그만두다”란 뜻인데 해나 달이 반드시 지는 것처럼 반드시 그리된다는 사임의 뜻이다. 종종 조직이나 세상에서도 천년만년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사는 자들이 대다수이나 주님은 그런 자들은 곧 빛의 아들들이라도 “지혜롭지 않다”(눅16:8) 하셨다. 또 모든 것이 자기 소유가 아님을 청지기는 알고 있다. 처음부터 자기 것은 없고 사용권만 있어 직분 있는 동안 이를 최대 활용할 뿐이다. 정리하면 ▲이 세상에서 내 사용권은 끝이 온다. ▲재물(맘모나)은 내 것이 아니고 사용만 할 수 있다.


이 두 규칙을 알면 재물, 맘몬신, 마귀가 주인인 자는 소유하지 못함을 아쉬워할 것이나 하나님의 법인카드 받은 이들,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주인인 이들은 흥분한다. 왜냐면 돈은 곳간에 쟁여 놓은 사람이 임자가 아니라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사실은 재물에 노예가 안 되고 써 본 사람만 알기 때문이다. 재물의 종은 재물이 행복하게 해 주리라는 환상에 모든 것을 희생당하지만, 그리스도가 주인인 사람은 하나님의 플래티넘 카드를 받아 어차피 내 돈이 아니기에 쓰는 부담이 없다. 내 것도 아닌 것으로 영혼 살리려고 카드를 긁었는데 부활의 날에 나를 부른다고 약속까지 주셨다. 또 하늘 곳간에 내 이름으로 엄청나게 불려 주기까지 하신다니 “이 계산법은 페어(fair)한 산법은 아니고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 손해요, 나는 날강도네”라는 눈치를 챘다면 당신의 카드는 플래티넘 등급이다.


그러나 맘몬(재물)이 주인인 자들은 겸하여 하나님을 섬길 수 없으니(눅16:13) 이 비유가 결코 이해 안 된다. 그래서 누가는 이 비유의 끝에 이렇게 기록했다. “바리새인들은 돈을 좋아하는지라 이 모든 것을 듣고 비웃거늘”(눅16:14)​.



위 글은 교회신문 <73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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