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5-04-16 15:51:33 ]
우리는 종종 기적을 거대한 사건과 극적인 변화, 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로 정의합니다. 바다가 갈라지거나 병자가 순간적으로 치유되는 성경 속 사건들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기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며칠 전 동네 뒷산을 오르다가 한 어린아이를 만났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걷던 아이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가의 민들레를 발견하곤 탄성을 질렀습니다. “엄마, 저기 노란 꽃들이 있어요! 너무 예뻐요!” 아이의 눈에는 경이로움이 가득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재택근무 하는 일상에서 가끔씩 운동 삼아 오르던 이 산길에서 그저 평범한 들꽃으로만 민들레를 여겼지,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잊고 살았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것도,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사랑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모두 작은 기적입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는 이러한 소중함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감사함을 잊은 채 더 큰 무언가를, 더 특별한 무언가를 기다리며 현재의 축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모든 일에 항상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8).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말씀은 단지 좋은 일이 있을 때만 감사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때로는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감사할 것을 찾으라는 가르침입니다.
영국의 작가 G. K. 체스터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당신은 기적을 보더라도 그것이 기적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의 시선을 변화시킵니다. 평범한 것 속에서 비범함을,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반복되는 하루하루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합니다.
지난겨울, 독감으로 일주일 넘게 앓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고열과 근육통 탓에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평소에 당연하게 여겨 온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매일 아침 “오늘 조금 더 나아진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통 중에도 감사기도를 올려 드리면서 내 몸을 새롭게 바라보았고, 건강하게 지내온 지난날을 더 깊이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 가운데 마음의 평안을 얻었고,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느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감사가 가진 변화의 힘입니다. 감사는 세상에서 말하는 단순한 예절이나 의무가 아닙니다. 감사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고, 마음을 열며,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영적 훈련입니다.
오늘, 잠시 멈추어 주변을 둘러보세요. 아침에 눈을 뜨고,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고, 가족과 아침 인사를 나누는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감사할 것을 찾아보세요. 당신이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만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작은 기적들입니다.
‘감사’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일상에 숨겨진 하나님의 선물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기적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우리의 신앙을, 우리의 공동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 오늘도 당신의 일상에 작은 기적들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89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