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오시는 대로(大路) <14·中>] 다말을 향한 하나님 계획

등록날짜 [ 2025-06-03 23:20:41 ]

<사진설명> 야르뭇에 있는 고대도시 궁전 터. 요새와 공공건물이 잘 계획된 도시여서 청동기부터 비잔틴 시대까지 유다 지파의 거주지가 됐다. 다말이 시아버지 유다를 유혹한 딤나 길 곁 ‘에나임’도 이 부근에 있었으리라 추정한다.



<사진설명> (왼쪽부터)소렉 골짜기와 엘라 골짜기. 이스라엘에서는 물이 귀하므로 물과 풀이 많은 골짜기를 어느 곳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사진설명>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영토. 친정에 가 있던 다말은 유다가 딤나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과부 신분을 숨긴 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다. 이후 쌍둥이 아들인 세라와 베레스를 낳고, 베레스는 예수님의 계보를 잇게 된다.


▶윤석전 목사: 다말이 시아버지 유다를 유혹하기 위해 딤나(Timnah)로 가는 길 곁 에나임(Enaim) 문에 앉았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에나임이 어떤 곳인지 알려 주세요.


▶홍순화 교수: 창세기 38장에 등장하는 에나임을 훗날 유다 지파가 살던 에남(Enam)과 같은 곳(수15:34)이라고 추정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남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앞으로 고고학 발굴을 더 하다 보면 에남을 찾을 수 있으리라 소망해 봅니다.


성경에 기록된 지명을 보면 재미있는 특징을 발견합니다. 마구잡이로 지명을 기록한 게 아니라, 서로 가까이에 있던 동네들을 모아서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유다 지파가 소유한 ‘평지’ 성읍의 명단을 보면 쉐펠라(Shephelah)라고 하는 지역에, 즉 엘라 골짜기(Valley of Elah)와 소렉 골짜기(Valley of Sorek) 등이 있는 부근에 성읍 14개가 있다고 정확히 기록되어 있습니다(수15:33~36).


이 중 3분의 2 정도는 어느 곳이었는지 확정되어서 다른 곳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유다 지파의 성읍 중 답부아(Tappuah)라고 하는 곳과 야르뭇(Jarmuth)이라고 하는 곳도 어딘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우리가 찾지 못했지만 정확하게 찾은 성읍 인근에 에나임도 있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수천 년이 지나는 사이 성경에 기록된 동네 이름도 바뀌고, 지역 이름도 바뀌었기에 성서 지리학자들도 정확한 곳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다말이 시아버지 유다를 유혹하게 되었는지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김호경 교수: 유다에게는 아들이 세 명 있었습니다. 다말은 큰아들 엘에게 시집을 가지만, 엘이 악하여 일찍 죽게 됩니다. 관습에 따라서 다말은 차남인 오난에게 넘겨지지만, 오난은 형의 아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난도 죽게 됩니다.


관습에 따라 다말은 막내아들인 셀라에게 넘겨져야 하지만, 유다는 이미 두 아들이 죽었으므로 다말을 셀라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말에게 “친정에 가 있으라”라고 당부합니다. 친정에 간 다말은 유다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유다에게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던 차에 유다가 양털을 깎기 위해 딤나로 간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래서 다말은 딤나로 가는 길목에서 창녀 분장을 한 채 유다를 기다립니다. 결국 유다와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때 다말은 유다로부터 유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인장과 인장이 새겨진 끈과 지팡이 등 징표를 받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유다가 자신의 며느리 다말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며느리를 불사르겠다며 노발대발합니다. 결국 다말과 유다가 만났을 때 다말이 시아버지에게 받았던 유다임을 인증할 수 있는 물건들을 내놓습니다. 그러자 유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다말이 옳다고 고백합니다.


그 당시 여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삶은 어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이를 낳지 못한 여자는 그 당시 사회에서 비정상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말 외에도 성경 속에는 여자들이 아이를 낳기 위해 얼마나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했는지 잘 나와 있습니다.


다말 역시 자식 없는 과부로서 아무 희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또 그 당시 사회에서 여자는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어 먹고살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죽은 후 남겨진 여성을 보호할 안전장치로 형사취수제를 마련해 둔 것인데, 유다나 오난은 이 안전장치를 이행해 주지 않았습니다.


다말의 행동은 오늘날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비윤리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당시 사회 배경에서 보면 생존권의 문제였습니다. 또 다말의 행동은 생존권뿐만 아니라 공동체 자체를 유지하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 찾아와 “일곱 형제가 있는데 한 여인이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와 살다가 남편들이 다 죽었습니다. 죽은 후 천국에 가서는 누구하고 살아야 됩니까?”라고 질문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 당시 여자가 첫째 아들하고 결혼해서 남편이 죽으면 그 다음 형제에게 가서 집안의 씨를 남겨 주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다말이 족보에 들어간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 그 당시의 관습이나 하나님의 섭리로 봐서 족보에 들어가도 된다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다말의 이야기가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매우 치욕스러운 일 같은데, 예수님의 족보에 들어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호경 교수: 예수님의 족보는 가감 없이 역사를 드러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미화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것만 소개하기도 하는데 예수님의 족보는 이스라엘 역사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불의한지를 알려 줍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불의한 역사 속에서도 누군가는 불의를 행치 않습니다. 다말도 그 불의의 고리를 끊은 사람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역사는 불의한 역사를 끊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오늘날 나도 불의한 역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다말처럼 믿음의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에는 골짜기 이름이 많이 나오고 골짜기에서 중요한 사건도 많이 일어납니다. 골짜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순화 교수: 성지에서는 “골짜기를 차지한 자가 천하를 차지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에서는 물이 귀한데,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므로 골짜기에는 물이 많습니다. 성지를 다닐 때마다 골짜기에는 대부분 물이 있고 풀이 있습니다. “주께서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신다”(시23:2)라고 할 때 우리 식으로 허허벌판에 풀이 많은 곳이 아니라 골짜기의 풀들이 있는 곳을 생각하면 됩니다. 성지에서는 골짜기에서 농사를 짓고 양도 키우고, 물이 풍족한 곳에서는 소도 키울 수 있습니다. 물이 풍부하게 있기 때문에 골짜기는 어느 곳보다 중요한 지형입니다.


▶윤석전 목사: 성지를 가 보면 산봉우리 같은 곳은 풀 한 포기 없어 생명력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골짜기를 가보면 푸른 풀이 나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그 덕분에 골짜기 지형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마태복음 족보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류 구원의 역사를 어떻게 이루셨는가 탐색해 보겠습니다. <계속>



위 글은 교회신문 <90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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