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6-02-11 11:46:40 ]
여호수아가 아이성 앞에 다시 섰다. 참패한 자리다. 여리고를 무너뜨린 직후였으니 누구도 이 작은 성에 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졌다. 서른여섯 명이 죽었다. 적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아간이 하나님께 바쳐야 할 전리품을 장막 아래 숨겼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죄가 공동체의 숨통을 끊었다. 죄를 청산한 후 하나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두려워 말라”(수8:1). 여호수아는 새벽에 일어났다.
삼만 용사를 뽑아 벧엘과 아이 사이에 매복했다. 전장에 도착한 뒤 오천을 추가로 배치했다. 현장을 직접 살피고, 부족하다고 봤다. 밤새 골짜기에서 버텼다. 이스라엘 광야의 밤은 한여름에도 두툼한 옷이 필요할 만큼 춥다. 바람에 사막 먼지가 섞여 앞을 볼 수 없다. 불도 피울 수 없었다. 매복이니까. 그 추위 속에서 병사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사람이 가장 철저하게 준비했다. 믿음이 있다고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게 아니다. 새벽부터 움직였다.
날이 밝았다. 아이성 사람들이 이스라엘군을 발견하자 작전도 없이 뛰쳐나왔다. 거짓 후퇴하는 적을 추격했다. 성문조차 열어 둔 채. 첫 전투에서 이긴 기억이 그들의 눈을 가렸다. 자만이 성벽보다 먼저 그들을 무너뜨렸다. 가장 위험한 적은 성 밖에 없었다. 그들 마음 안에 있었다.
하나님이 움직이셨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여호수아에게 명하셨다. “단창을 들어 아이성을 가리키라”(수8:18). 매복한 병사들이 일어났다. 앞뒤에서 협공했다. 아이성은 끝났다. 여호수아는 승리를 확정한 후에도 단창을 든 손을 내리지 않았다. 완전히 끝날 때까지 그 자세를 유지했다.
전쟁이 끝난 뒤 여호수아는 아이성을 불태웠다. 왕을 나무에 달았다. 성읍을 돌무더기로 만들었다. ‘영원한’ 돌무더기. 다시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다시는 그 죄악의 뿌리가 자라지 못하게. 회개한다면서 마음속에 죄의 씨앗을 남겨두는 삶을 하나님은 용납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보고 계신다. 잠잠하신 것은 잊으신 게 아니다. 우리의 돌이킴을 기다리고 계신다.
돌무더기가 된 아이성 위로 연기가 올랐다. 그보다 더 철저한 심판의 현장이 있다. 골고다다. 하나님은 우리가 받아야 할 저주를 독생자 위에 쏟아부었다. 아이성은 불탔지만, 그리스도의 몸은 찢기셨다. 그 보혈 앞에서 죄와 사망과 지옥 형벌이 끝났다. “다 이루었다”(요19:30).
여호수아는 단창을 들고 끝까지 싸웠다.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지고 끝까지 가셨다. 이미 이긴 싸움이다. 우리는 그 승리 안에 서 있다. 순풍이든 역풍이든, 단창을 든 손을 내리지 않는 것. 그것이 구원받은 자의 걸음이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93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