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6-08-10 09:21:59 ]
여든다섯 노인이 여호수아 앞에 나섰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수14:12). 노인이 가리킨 헤브론 산지에는 아낙 사람이 살고 있었다. 45년 전 이스라엘 온 백성이 그들 소문에 주저앉았던 거인들. 이미 정복해 둔 기름진 평야를 놔두고 노인은 가장 험한 땅을 골랐다.
모세가 보낸 정탐꾼 열둘이 40일 만에 돌아왔고, 10명이 입을 모았다.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민13:33). 두려움에 떠는 백성 앞에서 갈렙이 외쳤다.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민13:30). 백성은 10명의 말을 따랐고, 그 세대는 약속의 땅을 밟지 못한 채 광야에 묻혔다.
갈렙은 네가 밟은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던 말씀(신1:36)을 약속으로 붙들었다. 동년배가 하나둘 쓰러지는 광야에서 여든다섯 노인이 되기까지 그 한마디로 버텼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를 생존케 하셨나이다”(수14:10).
여호수아 앞에서 그는 지난 공을 늘어놓지 않았다. 공을 따질 생각이었다면 평야를 골랐을 것이다. 그는 약속을 내밀고, 아직 정복하지 못한 산지를 달라고 했다.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필경 여호와의 말씀하신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수14:12).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확신을 쥐고, 그는 하나님이 이미 이겨 놓으신 싸움을 확인하러 올라갔다.
500년 전 아브라함이 바로 그 헤브론 땅에 장막을 치고 단을 쌓았다.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창13:15). 하나님은 그 말씀을 잊지 않으셨고, 갈렙의 발이 그 언약 위에 섰다.
약속은 헤브론에서 멈추지 않았다. 훗날 다윗이 그 성에서 왕위에 올랐고,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마지막 숨으로 말씀하셨다. “다 이루었다”(요19:30). 예수의 보혈이 죄의 담을 헐었고, 사망과 지옥 형벌에서 우리를 건져냈다. 주님은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갈렙은 “주겠다”는 약속을 45년간 붙들고 살았다. 우리에게도 붙들 약속이 있다. 부활하신 주님이 다시 오셔서 우리를 맞으신다는 약속.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요14:3). 갈렙이 헤브론을 기업으로 받았듯, 다시 오실 그리스도 앞에서 우리도 천국을 기업으로 받는다.
우리 앞에도 저마다 산지가 있다. 거인이 살고 성벽이 높으니 두려운 게 당연하다. 여든다섯 노인도 그 산지의 사정을 다 알고 올라갔다. 싸움의 승패가 산 위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 안에서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45년 광야에서 배운 사람. 그래서 그 느린 걸음이 떨리지 않았다.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우리의 걸음도 그러하기를.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96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