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버지의 사진기 /오미정 기자

등록날짜 [ 2005-04-01 17:14:02 ]


“자기 것은 자기 것인데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쓰는 것은?”
어릴 적 조잘조잘 물어대던 수수께끼 하나다. 답은? 오늘도 나 아닌 다름 사람들이 여기서 저기서 부르고 있는 내 이름. 비슷한 수수께끼 하나를 더 내야겠다. 이것이 오늘의 진짜 문제다.
“자기 것은 자기 것인데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보는 것은?”
나는 ‘얼굴’이라고 적는다. 그러고 보니 거울이 없으면 나는 나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내 눈을 바라보는 저 사람의 눈에게 내 얼굴은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욕심, 근심, 슬픔, 미움, 절망, 짜증, 의심, 시기, 질투.... 이런 것 따위가 아니면 좋겠다. 내 속에 주님이 두신 기쁨, 사랑, 평화, 부요, 소망, 용납, 행복, 용기, 이해.... 이런 진주처럼 빛나는 보화들을 내 얼굴이 말해주면 좋겠다.
어린 딸들을 데리고 길을 지나가다 사람을 만나면 참 반갑다. 엄마 하나에 도토리 같은 어린 아이 둘, 이렇게 삼총사의 행렬을 궁금해 하는 아주머니라도 만나는 날이면 아이들은 나보다도 먼저 “안녕하세요? 우리 지금 교회 가요”라며 용감하게 인사한다. 그러면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이내 미소가 번지고 당신 허리 아래로 키가 되는 작은 아이들에게 “안녕?"하며 봄볕 같은 인사를 건넨다.
이럴 때면 내 손에 사진기가 있으면 좋겠다. 겨울 밤하늘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는 저 모습 담아둘 사진기. 이때 모두의 얼굴을 담아둘 손가락 사진기 출동. 양쪽 손의 엄지와 검지를 펴서 네모를 만들고 입으로 찍는 사진기.
“하나, 둘, 셋, 찰칵!”
연예인들 사생활 몰래 찍으러 쫓아다니는 저질의 사진꾼 파파라치 말고, 사랑하는 딸들의 모습을 부지런히 찍어서 마음속 사진첩에 차곡차곡 쌓아 두는 엄마 사진꾼이 되고 싶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나를 향하고 있는 사진기 한 대를 의식하게 된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하늘 나라 사진기'다. 이 천국 사진기는 24시간 쉬지 않고 자기 자녀인 우리의 모습을 담아 나르고 있으리라. 예배 시간에 본당에서 예배드리는 목사님과 성도들의 진실한 모습이 비디오 화면으로 다른 예배 장소까지 보여지듯이, 날마다 나의 얼굴 모든 표정과 행동들이 천국의 화면에 비취고 있으리라.
날마다 하늘 아버지의 그 사진기를 의식하며 살고 싶다. 내 기쁜 얼굴 그분께 많이많이 보여드리며 기쁨이 되는 자녀로 그렇게 살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7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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