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이야기 355] 라합과의 언약을 지킨 여호수아

등록날짜 [ 2025-12-02 21:38:40 ]

여리고성이 무너졌다. 난공불락이던 요새가 맥없이 스러졌다. 이스라엘 군대가 무너진 성벽을 넘어 밀려 들어갔다. 진멸이 끝난 후 맹렬한 화염이 도성 전체를 집어삼켰다. 이 진멸은 전쟁의 파괴가 아니었다. 여리고는 하나님께 온전히 바쳐 남김없이 소멸되어야 할 제물이었다. 모든 생명은 심판으로 소멸되었고, 은금과 동철 기구는 여호와의 집 곳간에 두었다(수6:24). 여리고 정복은 하나님께 올려 드린 거룩한 제사였다.


여호수아가 두 정탐꾼을 불렀다. “너희가 그 여인에게 맹세한 대로 행하라”(수6:22). 성읍이 불타고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으나, 하나님 앞에서 맺은 언약은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반드시 이뤄졌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과 맺으신 언약은 심판의 날에도 결코 파기되지 않는다.


두 정탐꾼이 라합의 집으로 가서 가족 전체를 이끌어 냈다. 피신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출애굽 역사가 라합 가정에서 제2의 출애굽으로 재현되었다.


구출된 그들은 이스라엘 진영에 들어가지 못하고 진 밖에 머물러야 했다(수6:23).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거룩한 곳에 도성의 죄악을 묻힌 채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은 격리의 장소가 아니라 진멸의 공포에서 건져 내신 하나님의 안식의 자리였다.


이후 라합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수6:25). 비천한 기생이자 이방 여인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었다. 그가 내세울 의로움은 무엇 하나 없었다. 오직 붉은 줄을 내어 달고 약속을 믿은 믿음뿐이었다. 하나님은 그 믿음을 보시고 값없이 구원을 베푸셨다. 이 은혜가 훗날 그를 다윗의 고조모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들어가게 했다(마1:5). 라합의 창문에 내걸린 붉은 줄은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의 보혈을 예표한다.


정복이 끝난 후 여호수아는 엄중한 저주를 선포했다. “여리고를 재건하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수6:26). 무너진 폐허는 죄악에 대한 심판의 기념비이자 하나님의 승리가 영원히 기념될 영광의 증거였다. 하나님이 심판하신 것을 되살리려는 행위는 언약을 파기하는 반역이다. 약 500년 후 벧엘 사람 히엘이 이 경고를 무시하고 재건하다가 두 아들을 잃었다(왕상16:34). 구원받은 성도가 지난날의 죄악을 다시 세우려 할 때 영적 파멸이 따른다.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와 함께하시니 그의 명성이 온 땅에 퍼졌다(수6:27). 탁월한 전략 때문이 아니라 함께하시는 하나님 때문이었다. 죄악된 세상은 저주 아래 무너졌으나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의 이름은 온 땅에 드러났다. 십자가 복음을 붙드는 그리스도인이 누릴 최후의 승리이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92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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