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8일 사회복지국 복지 봉사선교실원들은 참빛장애인교회에서의 목욕봉사를 은혜 가운데 마쳤다. 벌써 4년째 봉사를 다니고 있지만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은혜를 체험하게 되는 참빛장애인교회다. 오늘은 어떤 일이 우리에게 맡겨질지 기대가 된다.
도착 즉시 간단한 기도를 하는데 코끝을 스치는 냄새가 그리 향기롭지만은 않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 성도들의 몸내음인가보다. 역시나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성도들의 목욕을 돕는 것이었다. 성도들 대부분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분들이라 한 분, 한 분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겨드리고, 마무리로 옷을 입는 것까지 도와드려야만 한다. 참빛장애인교회를 방문하면서 매번 깨닫는 것은 ‘우리에게 감사해야할 조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얼마나 큰 감사로 하나님께 우리의 삶을 드려야 하는가’하는 것이다. 내게는 너무도 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들이지만, 주님이 건강을 주시지 않았으면 몸을 씻는 것, 식사하는 것, 배변조차도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큰 깨달음을 얻고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또 다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원하게 되는지...
주님이 주신 것들을 그분을 위해 쓰기보다는 배은망덕하게 세상의 욕심대로 살아가는 내 모습이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참빛장애인교회 전도사님의 안내로 형제와 자매가 각각 나뉘어져 목욕을 돕기 시작했다. 장애인 성도들의 머리를 감기고, 몸에 비누칠을 하고, 물로 씻기고 , 목욕을 마친 성도들의 몸의 물기를 닦아주는 과정을 각각 분담하기로 했다. 둘씩 짝을 지어서 일을 나누고, 각자가 맡은 일들을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척척 맞추어 나가는데 어찌나 감사한지.
‘부족한 자들에게 힘주시고, 할 수 있게 도우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런데 성도들 중에는 순순히 몸을 내맡기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일명 ‘고양이 체질’이라고나 할까. 고양이처럼 씻는 것을 어찌나 싫어하는지 겨우 달래고 달래서 씻기를 시작하면 소리를 지르고 손을 내둘러 비눗물을 사방으로 튀기고... 몸의 구석구석까지 깨끗이 씻겨야 할텐데 어찌나 애를 먹이는지 “자꾸 이러면 다음에 안 씻겨준다!”고 협박을 해도 도무지 ‘소귀에 경읽기’다. 그렇게 애를 먹으며 겨우 다 씻기고 나면 스스로도 개운한지 그제야 얼굴에 만족한 빛을 보인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내 모습을 본다. 더럽고 추악한 죄악으로 온갖 불쾌한 냄새를 풍기면서도, 생명의 말씀으로 나를 씻기고자 하시는 주님의 애타는 심정을 모르고, 늘 불순종하는 내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군분투 끝에 모든 장애인 성도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성전을 맴돌던 야릇한 냄새도 사라졌고, 성도들의 얼굴은 말 그대로 광채가 났다. 모두 개운한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가 되어 인사를 나누는데 어김없이 또 언제 오냐고 묻는다. 자주 오라는 성도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오늘 주님은 기분이 좋으셨을 것이다. 주님은 오래간만에 개운하게 목욕을 하셨을 것이다’. 적은 소자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복지봉사선교실 김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