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칼럼]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등록날짜 [ 2025-10-01 10:23:00 ]

나의 부족함 탓에 찾아온 실패를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을 거’라고

핑계 삼는다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죄를 범한 것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평안하고

어떠한 고난에도 주를 신뢰하며

“내 원이 아닌 아버지의 뜻대로”

예수님처럼 기도해야 참신앙인


대학생 A는 오늘 아침 기분이 좋다. 장학금을 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더니, 마침 교수님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다. ‘역시 하나님이 응답하셨어!’ 그는 확신에 찬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우리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졌을 때 그것을 무조건 ‘기도 응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하나님의 응답을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심각한 경우, 이러한 자의적인 해석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죄가 된다는 점이다. 내 뜻대로 되면 하나님의 응답이고, 되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만에 해당한다.


막연한 믿음과 편리한 도피처

크리스천 중에는 “믿으면 된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막연한 믿음은 위험할 수 있다. 주일예배에서 은혜받고 눈물 흘리며 기도한다. “주님, 제 삶을 인도해 주세요!” 그런데 월요일이 되면 어떠한가. 직장에서 거짓말하고, 가정에서 화내고, 친구들과 남을 깎아내린다. 야고보서 2장 17절은 명확히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2:17).


더 큰 문제는 기도가 실패의 도피처가 되는 경우이다. 직장인 B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그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승진 시험에서 계속 실패했다. 몇 차례 도전 끝에 이렇게 말했다. “기도했는데 제 욕심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것 같아요.” 정말 그럴까? 단지 또 다른 실패가 두려워서, 혹은 계속되는 도전이 지쳐서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종종 이러한 실수를 한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노력도 부족했으면서 “기도했는데 되지 않았으니, 하나님 뜻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건 신앙이 아니라 변명이다. 하나님을 실패의 핑계로 삼는 것, 이 또한 그분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일이다.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성경은 기도 응답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4:6~7). 곧 기도 응답에 대해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라고 전하고 있다.


기도 응답에 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기도하더라도 내 상황은 그대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응답이 더디고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더라도 예수님을 향한 내 마음과 생각 그리고 믿음을 지킬 수 있다면, 이것이 진짜 기도 응답이다.


한 사업가가 있었다. 열심히 일했지만 사업은 완전히 망했다. 빚더미에 앉았다. 그런데 그의 반응이 놀라웠다.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찌니이다”(욥기1:21). 모든 것을 잃었는데도 하나님을 찬양했다. 왜일까. 그에게는 ‘청지기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고, 자신은 관리자일 뿐이라는 인식. 이것이 상황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평강’이다.


<사진설명>예수님은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네에서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라고 기도하셨다.


하나님의 평강을 경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을 가질 수 있다. 계산하지 않고, 조건 달지 않고, 그저 전적으로 신뢰하는 마음.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18:3) 하신 말씀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신뢰가 있을 때 우리는 예수님처럼 기도할 수 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이것이 핵심이다.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진짜 신앙이다.


성령 충만, 거룩을 향한 여정

단, 초월적 평강과 온전한 신뢰는 결코 우리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얻을 수 없다. 이는 오직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기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성령 충만’을 구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거룩을 향한 여정의 시작이다.


하나님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하나님이 계시다면 무엇이든지 구하라고 했다(요15:7). 여기에서 ‘무엇’이란 요한복음 14장에 따르면 ‘성령’이다. 성령님은 거룩한 영이시기에 우리가 간구해야 할 것을 친히 간구하신다(롬8:27~28). 성령 충만은 거룩을 뜻한다.


거룩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이룰 수 있다. 디모데전서 4장 5절은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니라”라고 말한다. 말씀으로 죄를 깨닫고, 예수의 십자가 피의 공로를 붙들고 기도할 때 진정한 회개가 터져 나온다. 이것이 거룩에 이르는 길이다.


로마서 12장 2절도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라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분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욕심인지, 하나님의 뜻인지 구별해야 한다. 이 분별력은 거룩을 추구할 때 생긴다.


당신의 기도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 보자. “당신은 변화하고 있는가?” 기도 응답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내가 변화되는 것이다. 더 겸손해지고,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인내하게 되는 것. 무엇보다 죄를 미워하고 거룩을 사모하는 것.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성화(聖化)’의 과정이다. 만약 1년 전 내 모습과 지금의 내가 똑같다면, 10년 전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면, 정말 하나님을 만난 게 맞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기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첫째, 회개가 있는 기도를 해야 한다. 하나님 말씀을 읽고 내 죄를 발견하면,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흘린 속죄의 피를 의지하여 회개하자.


둘째, ‘주의 뜻대로’ 기도하되, 내 책임은 다해야 한다. 시험 공부도 하지 않아 놓고 “합격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최선을 다한 후에 하나님께 결과를 맡기는 게 진짜 신앙이다.


셋째, 어려움을 피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고난은 종종 하나님이 우리를 성장시키시는 도구가 된다.


넷째,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통치를 인정해야 한다. 주일에만 크리스천이 아니다. 예수님이 내 일상의 모든 영역의 주인이 되셔야 한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기도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거룩해지기 위한 것인가?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을 너무나 쉽게 들먹인다. 내 뜻대로 되면 “하나님이 도우셨다”라고 하고, 되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죄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그분을 내 욕망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진정한 기도 응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받는 게 아니다. 상황이 어떻든 하나님의 평강을 누리며, 날마다 회개하고 거룩해지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다. 내 욕망의 노예가 되는 삶을 끝내고,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참된 자유와 안식을 누리는 것. 그 과정은 때론 힘들고 아프지만, 그것이 진짜 은혜이자 우리에게 허락된 최고의 복이다.


오늘도 우리는 기도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기도해 보면 좋겠다. “하나님, 제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제가 당신의 주권을 온전히 인정하며, 날마다 회개하고 거룩해지게 하소서.”


위 글은 교회신문 <919호> 기사입니다.


정한영 안수집사

신문발행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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