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폴폴’ 예수님 향기가 났으면

등록날짜 [ 2025-11-13 10:30:29 ]

벌써 몇 년 전 일이지만, 아들이 입대한 후 입고 간 개인 복장이 우편으로 도착한 그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들의 옷을 보는 순간 눈물이 울컥. ‘대한민국의 아들이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는 당연히 해야지’라며 집 떠날 때도 울지 않고 보냈는데…. 옷만 덩그러니 집에 온 것을 보니 눈물이 났다.


얼마 안 있어 훈련소 훈련을 잘 마치고, 자대에 배치받고, 군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1년 6개월 군생활을 마친 아들이 집으로 건강히 돌아왔고, 당시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휴가를 나오지 못해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었지만 무사히 전역한 모습을 보며 주님께 한없는 감사가 나왔다.


그런데 전역한 아들의 신앙에 비상등이 켜진 것을 알고는 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모하는 마음도 없고, 신앙적으로 무기력해 보였다. 나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면 코로나19 사태 탓에 나 스스로도 예전보다 신앙이 느슨해진 것이 사실이었고, 마음껏 신앙생활 하는 데 제한받았을 군대에서 사모함으로 신앙생활을 이어 가기란 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큰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 얼른 회복되리라 기대하고 기도했다.


얼마 후 코로나19 감염 규제가 다행히 풀리면서 교회에 가서 예배드릴 기회를 얻었다. 오랜만에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니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주일, 저녁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들이 “교회 가서 예배드리는 시간이 아깝다”라며 짜증스럽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 배로 낳은 아들이 신앙적으로 저런 말을 하다니….’ 너무나 속상했다.


애타는 마음으로 아들의 신앙이 회복되기를 눈물로 간구했다. 청년회 직분자들도 아들에게 계속 연락하며 “은혜받는 자리에 꼭 함께하자”라고 권면해 주었고, 이내 아들은 주님과 사이를 회복해 가는 듯했다. 어떤 때는 수양관 충성에 동참하고 어떤 때는 교회행사에서 청년들과 함께 충성하는 모습을 보았다.


최근에는 자기 스스로 믿음의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여름, 흰돌산수양관에서 오랜만에 열린 하계성회에 참가해 은혜받고는 지금까지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주중에 학교를 마치고 하는 일이었는데, 토요일에서 주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일을 마치다 보니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지 못하는 게 아들 역시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나 역시 고작 몇 분이지만 주일에 일하는 것이 안타까워 아들 스스로 깨닫기를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주일 성수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게 내심 안타까웠는데 주님이 감동하시고 그 감동에 아들이 순종하니 참으로 기뻤다.


이후 아들은 2학기 시간표에 맞춰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했다. 예배에 빠지지 않으려면 집과 거리가 먼 곳에 일자리를 얻을 수밖에 없었지만, 먼 거리를 감수하고 몸은 좀 더 고되더라도 예배를 우선한 게 기특했다. 어떤 날은 기도 분량을 채우지 못했는지, 학교를 마치고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오고 신앙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주님께 감사했다. 


아직도 주님 보시기에 더 회복하고 성장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올해 남은 페이지도 은혜롭게 마무리

매주 금요예배를 마치면 각 여전도회에서 돌아가며 성전을 청소한다. 청소할 때면 우리 아들딸도 함께 와서 손을 보탠다. “얘들아, 너희들 일 봐”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면 엄마가 덜 수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또다시 1년이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언제 시작했나 싶더니 벌써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뒤돌아보건대 나의 삶 가운데 신앙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니면 주님의 향기가 나고 있는지 스스로 궁금해진다. 어떤 이들은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믿음을 회복하고, 기도를 회복해야 하고, 순종을 회복하고, 충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2025년 막바지인 이때에 남은 두 달도 믿음으로 힘껏 사용해서 올 한 해의 한 페이지를 은혜롭게 완성하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천국을 바라보고 천국을 안은 채 살고 싶다. 주님 오실 날도 속히 올 것이다. 내 삶의 기준은 예배와 기도 그리고 천국이다. 


며칠 전 내가 아들한테 “엄마한테 향기 나는 거 같지 않아?”라고 묻자 아들이 “엄마한테 향기가 나요, 폴폴”이라고 답한다. 나의 삶 가운데 정말 예수님의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폴폴!



/한기자 회장 (57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9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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