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QT] 비 내리는 숲길에서 상념

등록날짜 [ 2021-05-20 12:14:05 ]



사진·글 김석
비 내려서 질퍽해진 흙길을 밟았다. 천 번이나 무심했던 그 흙길. 그 길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비 내려서 짙어진 풀 냄새를 맡았다. 눈길도 이름도 주지 않았던 그 풀숲. 하늘거리는 숨결이 비릿한 낭트의 풍경을 불렀기 때문이다.


비 내려서 수줍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았다. 옷이 젖을까 가린 우산에 닿던 축축한 그 손길. 빗방울에 황홀히 춤추는 작은 잎사귀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비 내려서 나는 한 그루 나무 되어 뿌리를 내린다. 뒤엉킨 시간과 추억의 이 뒤안길. 일상이 묻었던 생명과 사랑의 힘이 아늑히 다가왔기 때문이다.


*낭트(Nantes): 프랑스 서부의 항구도시.



위 글은 교회신문 <69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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