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나도 큰아들이더라

등록날짜 [ 2024-11-07 21:10:08 ]

죽을 뻔한 탕자가 돌아왔을 때

큰아들이 분내고 미워한 것처럼

잃은 양 돌아왔을 때 퉁명스럽고

야박하게 대한 추한 모습 회개해



지난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어떤 이는 교회에서 멀리 이사를 가느라, 어떤 이는 교회에 오지 못하다가 조금씩 신앙생활이 느슨해진 탓에 교회와 멀어지고 주님과도 점점 멀어졌다. 청년 시절부터 알고 지낸 A도 몇 년 전부터 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걔 요즘 다른 교회 다닌다던데”라며 누군가가 지나가는 말로 알려 주기에 ‘그런가 보다’라며 흘려듣곤 했다.


그런데 지난 상반기 ‘잃은 양 찾기 주일’이었을 것이다. ‘어? 맞나? 걔 맞지?’ 잃은 양이던 A가 오랜만에 우리 교회에 돌아온 모습을 보았는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내게 있어 A는 그랬다. 청년 시절 같은 부에도 있어 봤으나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낸…. 아니 사실 좀 유별스러운 면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가까이하기에 부담스러워 친하게 지내지도, 그렇다고 모르는 사이도 아닌 그저 그런 사이였다.


그 부서에 있는 지인에게 듣기론 수년째 담당 여전도회장이 심방하러 다니고, 애타게 기도하여 하나님의 은혜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또 전해 듣기로는 그동안 만나 주지도 않고 직분자들도 매몰차게 대했다고…. 최근 가정에 어려운 일이 있고 몸도 안 좋아 마음 문이 열렸는지 심방을 받다가 우리 교회로 다시 오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돌아온 잃은 양 아버지처럼 사랑하길

그런데 소중한 잃은 양 식구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내 마음에는 왜 그렇게 먹구름이 끼던지.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 아홉을 인하여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눅15:7) 말씀처럼 정말 기뻐하고 기뻐해야 할 소식인데도 그가 교회에 돌아온 게 뭔가 아니꼽고, 까르르 웃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배알이 꼬이는 듯했다.


또 요즘 집안 사정도 어렵고 건강도 좋지 않다는 A의 소식을 전해 들으며 ‘교회 나가더니 그럴 줄 알았지’라는 생각까지 드는데, 이렇게 내 마음을 글로 써 놓고 보니 나만큼 속에 음흉하고 시커멓고 고약한 것을 담아 두고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나 스스로 비참해 한동안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런 내게 하나님께서는 성경 속 탕자 이야기(눅15~11:32)를 떠올리게 하셨다. 둘째 아들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기뻐서 살찐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벌였지만, 그 소식을 들은 큰아들은 동생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좋아하기는커녕 분노하여 집에 들어가기를 꺼려 했다고(눅15:28). “아니, 아버지! 그동안 재물 들고 나가서 창기랑 붙어먹던 동생이 뭐가 예쁩니까. 아버지 속을 끓여온 웬수 같은 자식이 뭐가 좋아서 잔치를 엽니까!” 아마도 큰아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금의 나를 돌아보니 성경에 기록된 큰아들의 이야기는 주님이 나를 위해 주신 말씀이었다. 돌아온 잃은 양을 하나님 아버지처럼, 담임목사님과 담당 직분자처럼 반갑게 맞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고, 오히려 돌아온 동생과 분란을 일으켜 다시 내쫓을 수도 있는 웬수 같은 큰아들이 바로 나였다.


한 가지 더 부끄러운 고백은 지난 코로나19 사태 기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장의자에 널찍하게 떨어져 앉았던 게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하던 사람도 바로 나였다. 담임목사님은 대성전 빈자리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하나님 앞에 어찌 서나 송구해하시는데도 나는 방역 규제가 해제된 후 예전처럼 따닥따닥 붙어 앉는 것을 불편해했다. 철없는 큰아들의 모습은 이것 말고도 아마 더 많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럽지만 나의 죄악을 ‘삶의 향기’란에 고백하며 회개한다. 더러운 내 속을 내보이며 냄새만 풍긴 것은 아닐지. 더는 악취 풍기는 속내가 아니라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았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눅15:32) 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갖도록 기도한다. 주님, 큰아들처럼 못돼 처먹은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현정아 객원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87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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