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뜨거운 여름, 흰돌산수양관에서 열린 ‘청년·대학연합하계성회’에서는 뮤지컬 ‘천로역정’이 공연됐다. 기독교의 고전으로 잘 알려져 있는 J. 번연의 ‘천로역정’(天路歷程)이 애니메이션으로 첫 장면이 시작되는 뮤지컬 2005 ‘천로역정’(연세중앙교회 청년회 문화선교부)으로 재창조된 것이다.
원작과 300년이 넘는 시간적 차이를 초월한 현대판 ‘천로역정’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에서 출발하여 전도자의 권고에 따라 좁은 문을 향해 멀고 험한 여정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 주인공 크리스천은 각종 유혹에도 불구하고 ‘믿음’이라는 동반자를 만나 신앙을 잃지 않고 마침내 좁은 문에 들어가게 된다. 극의 중간에 크리스천은 ‘허영의 시장’에서 타락하게 되는 위기를 겪지만 동반자였던 ‘믿음’의 순교를 통하여 ‘허영의 시장’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회개하며 돌아오게 된다.


20여명의 배우들과 15명의 스텝들이 여름 내내 구슬땀 속에 하나가 되어 준비한 이번 성극 ‘천로역정’은 각색은 물론 무대디자인, 음악, 무용에 이르기까지 교회 청년들의 땀과 열정을 모아 만든 순수 아마추어 작품이다.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공연 자체는 프로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100% 자작곡으로 만들어진 노래들은 코러스와 춤이 잘 녹아져 있고, 극에 사용된 파격적인 의상과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는 고전 속에 담겨있는 주제를 현대에 맞게 훌륭하게 형상화했다.
‘천로역정’을 감상한 한 자매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느끼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다만, 주인공 ‘크리스천’이 예수님의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결국 예수님을 못 박은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끌어내기 위한 장면에서 관객들이 감동받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 ‘크리스천’에게 우리 각자의 신앙생활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 보면서 어느새 우리 자신이 삶의 현실에서 천성(天城)을 향해 순례하는 주인공 ‘크리스천’이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을 ‘천로역정’ 속 ‘크리스천’에 동화시키며, 세상의 온갖 유혹 속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지키며 천국에 이르는 ‘좁은 문’에 이르도록 결단하게 한 작품의 힘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