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하나님의 나라와 천국(9·上)

등록날짜 [ 2023-11-08 10:53:28 ]

연세중앙교회 행복칼럼 독자님들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와 천국에 관하여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예수님께서 행하신 귀신 축출 사역에 나타난 하나님의 나라 도래에 관해 살펴보았고, 이번 호부터는 예수님의 병자 치유 사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가 어떻게 인간의 전인적 치유로 나타났는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공생애의 중심 사역 ‘병자 치유’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에는 여러 종류의 병자를 치유하신 사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마태는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해 기술했습니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에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마4:23, 마9:35).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은 첫째 유대인의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둘째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셋째 백성 중에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로 제시되는 구조에서 중심 부분은 둘째, 곧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을 한마디로 말하면 천국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이었는데, 그 사역이 곧 유대인의 회당에서 가르치는 일과 백성 중에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는 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천국 복음 전파 사역에서 병자 치유 사역은 하나님의 나라 곧 천국이 도래하는 매우 중요한 국면을 보여 주는 사역이었다는 것입니다.


침례 요한이 감옥에서 예수께서 행하신 일들에 관해 듣고 자기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냅니다. 그리고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께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이를 기다리오리이까”(마11:3)라고 묻자 예수님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고하되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마11:4~5).


이 말씀에서 예수님의 사역 여섯 가지가 제시되었는데, 처음 네 가지가 직접적인 병자 치유 사역을 가리킵니다. 그만큼 병자 치유 사역이 예수님의 공생애에서 중심 사역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질병뿐만 아니라 그의 삶까지 치유하신 예수 그리스도

의학과 의술이 현재와 같이 발전하지 않은 2000년 전에 있었던 예수님의 병자 치유 사역을 현대의 의학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려면 병듦(sickness), 질병(disease), 질환(illness), 치료(curing), 치유(healing)라는 용어를 잘 구분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병듦’은 병든 상태를 기술하는 테두리 용어 혹은 포괄적 용어입니다. 반면 ‘질병’과 ‘질환’은 그 병든 상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두 가지 설명적 용어인데, 먼저 ‘질병’은 유기적 체계의 구조와 기능 면에서 발생한 비정상을 바라보는 의학적 시각을 반영한 용어입니다. 이것은 문화적으로 그것(질병)이 어떻게 이해되는가에 상관없이 존재할 수 있는 병리학적 상태를 가리킵니다.


반면에 ‘질환’은 질병을 포함해 사회적으로 가치를 상실한 상태에 개인적·사회적 인식에 기초한 사회문화적 해석을 반영하는 용어이며, 질환은 병듦에 따라 발생한 삶의 문제에 대한 사회심리적 의미 부여 혹은 해석을 포함합니다. 질환에도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신체적·생물학적 요소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문화적·종족의학적 요소입니다. 그래서 질환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배우자, 가족, 이웃, 마을 등)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사회성을 가집니다.


이렇게 ‘병듦’을 ‘질병’과 ‘질환’으로 구분할 때, 그 병듦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것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 구분은 치료와 치유인데, 치료는 질병과 관련이 있으며 치유는 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적·생물학적 측면에서 질병을 검사하고 그 원인자를 찾아 제거하는 것을 치료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병원에서 의사가 행하는 것이 주로 질병 치료입니다.


반면에 질환은 병듦에 따라 발생한 개인적·사회적 삶의 문제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사회문화적 시각과 해석을 반영합니다. 그래서 질환을 해결하는 것은 병듦에 사회문화적 의미와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며 그렇게 병듦에 따라 발생한 삶의 문제(가정적이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가리켜 ‘질환을 치유한다(healing)’고 말합니다.


이런 용어를 활용하여 설명한다면, 예수님의 치유 사역은 병듦의 ‘치료’와 함께 그 병듦이 가진 가정적이고 사회적이며 종교적인 문제까지 해결해 주시는 ‘치유’ 사역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나병, 중풍병, 유출병 등에 걸린 사람을 치유하신 것은 그런 병듦을 치료해 주셨을 뿐 아니라, 그런 병듦으로 발생한 사회적 격리 문제와 죄 문제와 공동체 일원으로 회복하는 문제까지 해결해 주신, 질환을 치유하신 사역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병자 치유 사역의 대상은 나병환자였습니다. 마가복음 1장 40~45절에 따르면, 이 사건은 예수님이 나병을 깨끗하게 치료해 주셨을 뿐 아니라 “깨끗함을 받았다”라는 제의적 선언과 인증을 함으로써 유대인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게 하시는 치유 사역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계속>



/김광수 박사

카이로스 부흥사역 대표





위 글은 교회신문 <82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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