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전도회 2024 결산총회
한 해 영혼 구원에 사용해 주심 감사
등록날짜 [ 2022-11-21 22:11:46 ]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백성의
설움과 답답함을 위로하고자
안애리 선교사가 가사 쓴 곡
귀에 듣기 좋은 노래 많지만
오직 찬송가로만 은혜받고
지친 영혼 위로받을 수 있어
<사진설명> 안애리(애니 베어드) 선교사와 남편인 윌리엄
베어드 선교사.지난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2 극동방송 가을음악회’에서 찬송가 ‘멀리멀리 갔더니’를 연주했다. 이 찬송가는 극악무도한 죄인이 회심 후 신앙 고백한 찬송으로도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한 전도사가 사형을 앞둔 희대의 살인마를 전도하고자 아무도 찾지 않던 그를 찾아가 매일매일 심방했다. 감사하게도 얼어붙은 사형수의 마음 문이 열려 예수를 구주로 영접했고, 이후 사형수인 그는 자신의 손에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을 위해 매일 기도했다. 지난날의 죄를 참회하고 부끄러워하며 기도하는 것만이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후 사형이 집행된 1976년 12월 28일. 그는 형이 집행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무 말 없이 찬송가 440장 ‘멀리멀리 갔더니’를 불렀다고 한다. 예수와 상관없이 죄 아래 살던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요, 생의 끝자락에서 예수를 만난 사형수의 마지막 신앙 고백이었다.
신앙생활 할 힘을 북돋는 찬송
찬송가 440장 ‘멀리멀리 갔더니’는 안애리 선교사가 작사하고 윌리엄 피셔(William Gustavus Fischer)가 작곡했다. 이 찬송은 원래 윌리엄 맥도널드(William McDonald, 1820~1901) 목사가 작사한 ‘나는 십자가로 옵니다(I am Coming to the Cross)’라는 곡으로 발표되었고,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에서는 윌리엄 목사의 가사로 부르고 있다. 안애리 선교사가 지은 우리나라 찬송가 가사는 아래와 같다.
1. 멀리멀리 갔더니 처량하고 곤하며
슬프고 또 외로워 정처 없이 다니니
2. 예수 예수 내주여 섭섭하여 울 때에
눈물 씻어 주시고 나를 위로하소서
3. 다니다가 쉴 때에 쓸쓸한 곳 만나도
홀로 있게 마시고 주여 보호하소서
후렴.
예수 예수 내 주여 지금 내게 오셔서
떠나가지 마시고 길이 함께하소서
배위량(윌리엄 베어드) 선교사의 부인인 안애리(安愛理, 애니 베어드) 선교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풍전등화(風前燈火) 같던 우리나라 백성들의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담아 원래 가사와 달리 새 가사로 창작했다고 한다. 이후 ‘찬숑가(1908)’ 132장에 실릴 때 대폭 수정해 영문 가사의 2절을 후렴으로 하여 현재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처럼 바뀌었고 전국적으로 애창되었다고 한다.
음악가이자 시인인 안애리 선교사는 한국어의 장단(長短) 음을 극적으로 사용했다. 가사 첫 마디 ‘멀리멀리 갔더니’는 곡조와 리듬이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또 이 찬송가의 곡조는 경과음(지남음)으로 ‘파’ 음이 살짝 지나갈 뿐 완전 5음계요,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3박자이다.
찬송가 ‘멀리멀리 갔더니’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자주 찬양하던 곡이기도 하다. 미국 망명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외롭게 지내면서 답답하고 앞길이 아득할 때면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이 찬송을 불렀다고 한다. 하와이에서 숨을 거둔 그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와 장례식을 치를 때, 성악가 김천애·이인숙 여사 등이 이 찬송을 불렀다.
세상에는 귀에 듣기 좋은 노래가 수두룩하지만, 내 마음을 위로하고 영혼의 갈망을 채워주는 곡은 찬송가밖에 없다. 매 순간 찬양하면서 은혜받고 믿음으로 찬양할 수 있음은, 내가 주님께 받은 구원이 얼마나 값지고 큰 은혜인지를 알아 ‘내가 바로 죄인’이라고 인정하는 자만의 특권이다. 오늘 소개한 ‘멀리멀리 갔더니’도 나의 신앙 고백이요, 곡조가 있는 나의 기도가 된다.
“예수 예수 내 주여/ 지금 내게 오셔서/ 떠나가지 마시고/ 길이 함께하소서”
오늘도 주님 앞에 엎드려 나의 모진 모습과 나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며 주님께 찬양으로 위로를 받아 본다.
/이현주
독일 라이프찌히 국립음대 석사졸
현) 모스틀리 필하모닉 수석
중앙대학교 출강
위 글은 교회신문 <77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