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노니아] “아직 배울 게 많은 ‘젊은 쌤’이에요”
고등부 새내기 교사들

등록날짜 [ 2011-06-15 09:19:50 ]

고등부 선생님들과 학생 사이에서 가교역할
학생 때 받은 사랑 그대로 전하는 내리사랑

고등부는 2010년부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들을 교사로 선발했다. “선생님, 선생님” 하고 졸졸 좇아다니던 아이들이, 이제는 동료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을 쏟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교회학교 교사는 기도로 품던 아이들이 자라 교회 내 다른 기관에서 활동해도 볼 때마다 눈에 밟히고 관심이 간다고 한다.
 
“그냥 ‘근탁아!’ 하며 부르던 아이였는데 이젠 동료교사가 됐어요. 교사직분을 맡으니 훌쩍 커버린 느낌이에요. 이제는 ‘근탁 선생님!’ 하고 부르는 게 더 잘 어울리네요.” (이정임 교사, 틴글로리아 담당)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처럼, 제자를 기르는 선생님 마음에도 부모만큼의 정(情)이 담겨있으리라. ‘아이들이 벌써 이만큼 컸구나!’ 하는 흐뭇함을 정교사들에게 듬뿍 안겨주고 있는 새내기 교사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사진설명> 올해 20~22세인 고등부 출신 새내기 교사들. 이들이 고등부에서 학생과 교사 사이를 오가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든다.

‘교사’라는 직분을 맡은 후 처음 부딪히는 어려움은 여느 사회 초년생들처럼 자신의 위치에 대한 혼란이다. 직분은 교사지만, 스무 살 테두리에 갓 입성해 매사가 서투르고, 아직은 자기중심적이며, 유약한 면도 남아있다. 그러나 선배 교사들과 생활하고 그들의 일상을 눈에 담으며 하루하루 ‘교사’의 정체(正體)를 인지한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고생하셨구나!’ 하며, 학생으로 섬김받을 때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새내기교사들은 말한다.

“몰랐기 때문에 감사하지 못했어요. 교사로서 저희들이 직접 부딪혀보니 주일마다 아이들 먹일 밥, 간식 준비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닌데, 학생 때는 ‘왜 맛있는 거 없냐’고 툴툴 댔죠. 직장생활도 힘들고, 가정에서도 할 일이 많은데, 교회학교 제자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섬기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선생님들이 새삼 대단한 분으로 보입니다.”(구다진 교사)

교사 직분을 처음 맡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 선배 교사들을 따라다니기 바쁘다는 새내기 교사들은 교사 회의나 성회 때 드러나는 선배 교사들의 역량에 압도당한다. 학생들이 감기 걸릴까봐 유자차를 준비하는 소소한 일부터 하루 종일 개성 강한 학생 수십 명을 챙기고, 잠도 안 자고 기도하는 등등….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내서 학생들을 섬기는 선배 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도전 받는다는 새내기 교사들이다. 

신앙적 성장
올해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천주현 교사는 한 살 많은 고등부 언니가 고등부 교사를 하는 모습에 영향을 받아 자신도 지원했다고 전한다.
“다진 언니는 기도하다 힘들면 같이 슬그머니 나와서 수다 떨던 사이였어요. 그런데 언니가 교사 직분을 받은 후 달라지기 시작한 거예요. 이제는 제가 힘들다고 하면 옆에 와서 기도해줘요. ‘나도 저렇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교사가 사모됐어요.”

다른 새내기 교사들도 대부분 천 교사처럼 사모하는 마음으로 고등부에 남았다. 또 섬김을 받다보면 나태해지고 풀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기 관리 차원에서 교사를 지원했다는 말에 제법 청년다운 패기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자신이 은혜 받은 고등부에서 쓰임받고 싶다는 마음이 대견하다.
교사 2년차인 정소현 교사도 “눈물과 중보기도가 없는 교사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담임 맡은 아이들을 위해 충실하게 기도하지 않은 주간에는 예배드리는 태도가 산만해서 기도의 공백이 느껴져요. 또 갑자기 학생들이 아프거나 다쳐서 깁스를 하고 오기도 하고요. 하나님께서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계속 일러주시는 듯합니다.”

“고등부 교사들은 대개 30~40대라 10대인 고등학생들과 세대 차를 좁혀주고 통로 역할을 할 누군가가 필요했다”고 신현호 전도사(고등부 담당)는 말한다. “처음에는 서툴렀던 새내기 교사들이 요새 성경 1독에 도전하는 등 성경도 많이 읽고, 선배 교사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들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받은 사랑 그대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소소한 일 하나에도 신앙생활에 영향을 받는 고등학생들. 상처받을까 염려해서 교사들이 이들에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다. 더욱이 부모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고등학생들이기에 교사들은 더욱 소통에 애를 먹는다.
그러나 20~21세인 새내기 교사들은 친한 동생에게 이야기하듯 이들의 마음을 툭 떠볼 수 있다고. 한두 살 많기는 해도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새내기 교사들에게는 쉽게 마음을 여는 것이 고등학생들을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학업이나 이성 문제는 나이 차가 나지 않기 때문에 ‘너 이것 때문에 고민한다며?’라고 쉽게 이야기를 꺼내고 고민을 들어줍니다. 그리고 교사회의 때나 평소 친한 선생님들과 아이들 문제를 의논하면 선생님들께서 더 세세하게 기도해주시고 어루만져 주시는 것 같아요.”(김종길 교사)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준다고나 할까. 새내기 교사들은 학생 시절 선생님께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주고 자신의 역할 모델이 된 선생님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고민거리를 잘 들어 주신 선생님처럼 따뜻한 교사가 되겠다고, 또 기도해주는 선생님이 가장 든든했던 것처럼 자신도 기도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예배 때 떠들지 말고, 기도하러 나와라!” 선생님께 들었던 잔소리가 사랑인줄 깨닫고 이제는 그 잔소리를 이어받아 똑같이 말한다는 새내기 교사들을 보면서 교사들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박승은 선생님은 학생 때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해요. 따돌림이나 자기 정체를 찾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는데요. 그저 그 아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너는 하나님의 자녀다. 너는 특별하다’라고 말해줬을 뿐인데 회복하더라구요.”(한새록 교사)

아직은 서투르고 불안한 면도 있지만, 그래서 더 성장할 여지가 있는 보조교사들. “많이 기도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부족한 자신을 보며 눈물로 기도하고, 또 새 힘을 받아서 일어나는 이들이 아름답다.
고등부 내에서는 보조교사라는 명칭보다 ‘영 티처(young teacher)’라고 불리며 고등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젊은 쌤’들에게 앞으로가 더 큰 기대가 된다.

/오정현 기자 사진 봉경명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4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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