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공동체 문화를 지향하는 한국전통음악
악(樂) . 가(歌) . 무(舞) 일체의 축제음악

등록날짜 [ 2008-01-23 10:19:28 ]


예로부터 한국의 전통음악은 각각 독립된 형태가 아닌 악(樂).가(歌).무(舞)가 함께 어우러지고 공동체가 참여하는 축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한국의 전통음악에 관한 오래된 기록이 전해지는 삼국사기를 보면, 고대국가인 부여에는 영고(迎鼓), 고구려에는 동맹(東盟), 예에는 무천(舞天)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축제 문화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기뻐하고 하늘에 감사하는 이 대규모의 축제는 남녀노소나 신분과 계층의 고하(高下)를 가리지 않고, 온 나라의 백성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던 축제의 장이었다. 이러한 공동체 문화를 통하여 지역 간의 유대와 결속이 강화됐던 것이다. 현재에도 마을 전체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풍물놀이나, 수많은 군중이 소리 명창(名唱)의 구성진 가락에 추임새로 화답하며 함께 호흡하던 판소리 등의 음악 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음악을 무속이나 불교 음악 정도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선입견은 무속이나 불교와는 무관한 우수한 한국의 전통음악들이 그 모습을 채 드러내기도 전에 어두운 곳으로 내몰리거나 외면당하는 현실을 낳게 된다. 무속이나 불교 음악이 한국에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더 다양한 한국의 전통음악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말하자면 한국전통음악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부터 비롯하여 현재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 한국적인 찬양인가?

자민족의 고유한 찬양이 약 7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수년 전 대중매체를 통해서 아프리카 지역의 예배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경건함과는 거리가 먼, 어찌 보면 상당히 소란스럽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예배가 진행되는 내내 아프리카 민족 고유의 춤과 노래 및 악기를 가지고 찬양하는 성도들 하나하나의 모습에는 예수를 향한 기쁨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성가대와 연주자를 따로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성도가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하며 찬양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보는 이에 따라 견해차이가 있겠으나,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다소 투박하지만 이러한 꾸밈없는 찬양을 더욱 기뻐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우리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음악을 한(恨)의 음악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음악의 한(恨)은 슬픔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이미 슬픔을 극복하고 승화시킨 것을 말한다. 오히려 우리민족은 멋들어진 흥(興)을 가진 예술적인 기질이 풍부한 민족이다.
또한, 이 흥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공동체 문화를 통한 특유의 결속력과 친화력이 뛰어난 민족이다. 예를 들면 우리 선조는 특별히 꽹과리나 장구를 배우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보고 들으며 자연스럽게 악기의 연주법을 터득하게 되고, 마을 축제에 참여 할 수 있게 되는 열린 구조의 문화라는 것이다. 오늘날 이와 같은 한국의 전통적인 ‘흥(興)'이 예배와 찬양 속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한국적인 찬양이란 다른 여타의 음악을 배제하고 교회 음악을 모두 국악화해야 한다는 것이나, 서양음악 혹은 국악으로 서로 나뉘어 구분 짓는 일은 더욱 아닐 것이다. 오히려 찬양의 도구가 그 무엇이 되었든지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통하여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기쁨의 표현을 한국적인 흥겨움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판소리를 생각하면 박동진 명창의 ‘예수전’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사랑에 감동하고, 사물놀이나 풍물을 연상하면 모든 성도가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전통적인 우리 악기와 더불어 다양한 모든 악기가 함께 어울려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모습이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위 글은 교회신문 <12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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