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친해지기] 악보를 보며 음악 해석하는 법

등록날짜 [ 2016-07-13 18:33:59 ]

템포 조절만으로도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

우리 삶에도 역동성과 웅장함이 잘 드러나야

 

 

악보를 읽다.’

 

악기 연주자들이 흔히 쓰는 표현이다. 악보가 책처럼 글자로 표현된 것도 아닌데 읽는다고? 이것은 악보에 적힌 기본적인 템포와 조표에 따라 연주하면서 어떤 곡인지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다음으로 셈여림표 같은 음악 용어를 보면서 음악의 분위기나 의미를 더 깊이 알게 되는 것을 뜻한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지휘자나 연주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악기 연주자라면 연주자의 기량이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음악을 표현하는 박자나 셈여림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연히 작곡가가 남긴 악보가 있기에, 지휘자나 연주자는 악보에 기록된 대로 음악을 지휘·연주하면 될 테니 연주 차이도 거기서 거기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악보를 읽으며 연주해 보면 이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령 작곡가가 악보에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라고 써 놓았다면, 악상 지시어대로 빠르게연주하면 된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빠르게 연주하라는 것일까. 물론 베토벤 시대에 멜첼이라는 사람이 빠르기를 정확하게 알려 주는 기계인 메트로놈을 발명해, 베토벤을 비롯한 당시의 작곡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템포를 악보에 적었다. 하지만 점점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의 리타르단도’(ritardando)점점 빠르게 연주하라는 뜻의 스트린젠도’(stringendo) 기호가 나타나면서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느려져야 하고 또 어느 정도로 빨라져야 하는지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답은 없다. 작곡가가 악보를 정교하게 그린다 해도 연주자들에게 자신이 의도한 음악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악보의 불완전성이고, 이 불완전성이야말로 음악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예를 들어, 베토벤 <교향곡 5-운명>을 여는 따따따 딴~’ 네 음은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고 베토벤이 말해서 흔히 운명의 동기라고 부른다. 운명의 동기가 나타나는 1악장 첫 페이지에 베토벤은 알레그로 콘 브리오’(Allegro con brio), 빠르고 활기 있게연주하라고 적었다. 또 그 옆에는 정확한 템포를 지시하려고 ‘2분 음표를 메트로놈 108로 연주하라고 적어놓았다.

 

정확하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지휘자 토스카니니(1867~1957)는 베토벤이 원하는 템포 그대로 운명의 동기를 정확하게 연주한다. 운명의 동기를 반복적으로 구축해 운명이 추적하는 듯한 뒷부분도 메트로놈 108’로 연주하면서 사정없이 몰아친다. 그의 해석으로 베토벤 음악의 추진력은 더욱 돋보인다.

 

반면 음악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기로 유명한 푸르트벵글러(1886~1954)는 베토벤이 적어놓은 메트로놈 기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매우 느리게 연주한다. 그런데도 한 음 한 음 힘 있고 또렷하게 표현된 소리는 그 어느 노크 소리보다 가슴을 울리는 웅장함을 담고 있다. 두 번째 노크 소리의 여운이 끝나기 무섭게 운명의 추적이 시작된다. 그 부분에서는 도입부의 느린 템포와는 전혀 다른 매우 빠른 템포로 음악을 이끌어 간다. 웅장하게 표현된 운명의 동기와 대조적으로 더욱 긴박감 넘치는 운명의 추적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음악 해석에는 정답이 없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각기 다른 관점에 따라 곡의 해석도 바뀐다. 비록 베토벤이 명시해 둔 메트로놈 기호와 다르게 연주했지만, 푸르트벵글러는 그가 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한 역동성과 웅장함을 잘 드러낸 음악을 재탄생시켰다.

 

벌써 2016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성령에 감동에 따라 쓰인 성경은 오직 하나님 뜻만 나타낸다. 하나님 말씀대로 사는 성도의 거룩한 삶을 우리 주님께서는 즐겨 듣지 않으실까. 성령께서 우리의 삶을 직접 지휘하시고 인도하셔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같은 하루하루를 천국 갈 때까지 쌓길 기도한다.

 

손영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졸

부천문화재단 놀라운오케스트라 주 강사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48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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