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독특한 베네치아 화풍으로 담아낸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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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8-05-23 16:41:37 ]

이탈리아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
베네치아 미술 전성기 이끈 거장
라파엘로 이후 당대 최고 초상화가


겉으로 드러난 예수 모습뿐 아니라
정신적 내면 모습까지 그려 내
초상화 예술 새 경지 보여 줘


이탈리아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Vecellio Tiziano, 1488?~1576)는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시기에 베네치아 미술의 전성기를 이끈 거장이다. 동시대 사람들은 그를 ‘별 가운데 있는 태양’이라고 불렀다. 티치아노는 평생 작품 646점을 그렸다. 그가 살던 시대의 다양한 면모를 보인 생산적인 화가였다. 그는 자신의 독자적 화법을 창안한 후에도 화풍에 변화를 꾀하면서 만년(晩年)까지 창작열을 불태웠다. 티치아노는 사실 묘사를 바탕으로 담대하고 활달한 화면 구성과 마술적이고 감미로운 색채로 정신과 감성을 조화롭게 융화해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 주면서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금>
이 그림은 예수님이 세금 문제로 시험당하는 광경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티치아노는 조형보다는 색채를 더욱 중요시하는 새로운 화풍을 조성해 베네치아 미술의 거장이 됐다. 또 라파엘로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가 됐다. 초상화를 그릴 때도 그는 이전의 태도와는 달리했다. 외면으로 드러나는 모습뿐 아니라 정신적인 내면의 모습까지 담아 두 면을 종합한 하나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려 시도했다. 이 작품에서도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바리새파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 은전 한 닢을 내밀며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묻고 있다. 예수님은 바리새파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드리라고 일러 주셨다(마22:21).

이 그림은 투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조의 예수님과 미묘하게 변조되는 어두운 색조의 바리새파 사람을 대비하면서 붉은색, 흰색, 검은색을 능숙하고 화려하게 사용해 강렬한 색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화필의 놀림 또한 아주 자유롭다. 예수님의 얼굴은 당당하고도 고전적인 골격을 갖추고 있다. 서로 마주 보는 두 인물의 시선이 팽팽하게 긴장감을 높인다. 작가의 완숙한 필치는 자신감이 넘치며, 긴장이 감도는 두 인물의 대비에서 초상화 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 준다.


<사진설명> (왼쪽)<세금>, 1568. 캔버스에 유채, 112.2×103.2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오른쪽)<가시 면류관을 쓴 그리스도>, 1540~1542. 목판에 유채, 303×180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가시 면류관을 쓴 그리스도>
이 그림은 예수님이 가시관을 쓰고 매질을 당하는 모습을 소재로 삼았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그는 벨리니에 이어 베네치아 화파를 이끌었으며 시각적이고 활달한 화면 구성과 폭넓은 채색으로 회화를 심오하게 표현해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 줬다.

이 작품의 주된 초점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역동적 자세와 표정에 있다. 다섯 병사가 예수님에게로 달려드는 극적인 구도를 취하면서 매질하는 병사들의 격렬한 몸놀림과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뒤트는 반라(半裸)의 예수님 모습을 짙은 음역으로 한데 얽어 놓았다.

양손이 묶인 예수님에게 우람한 체격의 병사들이 번갈아 가며 매질하면서 즐기듯이 그분을 조롱하고 있다. 두 병사가 온 힘을 다해 머리에 씌운 가시 면류관을 기다란 작대기로 무자비하게 눌러 고통을 가하자 예수님은 고통을 참느라 입은 벌어지고 정신은 혼미해 눈길은 허공을 향하고 표정도 일그러져 있다. 젖힌 고개와 뒤틀린 몸은 벌어진 두 다리로 버티기가 어려울 정도로 탈진한 모습이다.

어두침침한 닫힌 공간에서 가해자들의 막대기와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엷은 빛이 대각선을 이루면서 여섯 인물의 격렬한 동작이 드러난다. 빛은 외부에서 들어오기보다는 내부에서 떠오르는 것 같아 다소 투명하게 보인다. 활달한 붓질과 뛰어난 소묘, 예수님을 향해 달려드는 병사들의 동작이 조각 같은 모습을 띤다. 채색도 두껍고 거칠어 인물들의 동작과 근육이 힘차 보인다. 모든 것이 각지고 거칠고 뒤흔들리고 잔혹스럽다. 존엄과 위엄을 잃고 모진 고통을 견디는 예수님의 참담한 모습과 무자비한 가학이 긴장감으로 뒤엉켜 극적인 구도를 이뤄 인간의 더없는 야만스러움과 잔학성을 보여 준다.

/이은주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7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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